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결정하는 세계유산위원회(WHC)는 지난 6일(현지 시각)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진행 중인 제43차 회의에서 ‘한국의 서원(Seowon, Korean Neo-Confucian Academies)’을 세계유산 중 문화유산(Cultural Heritage)으로 등재했다. 울산에서 가까운 경주 옥산서원, 안동 도산서원과 병산서원, 영주 소수서원, 달성 도동서원, 함양 남계서원, 정읍 무성서원, 장성 필암서원, 논산 돈암서원 등 9곳이다. 울산시민들은 이 반가운 소식을 들으면서도 마음 한편이 씁쓸해짐을 느끼게 된다.

대곡천 암각화군은 2010년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됐다. 벌써 9년째 유산등재는커녕 다음 단계인 우선목록 등재도 못하고 잠정목록에 머물러 있다. 정부와 울산시가 반구대 암각화의 ‘물고문’을 해결하지 못한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스럽다고 해야 할지. 지난 4월 국무조정실 주도로 중앙부처와 지자체가 물문제 해소에 나서기로 하면서 울산시와 문화재청이 유산등재 신청을 위한 연구용역에 들어갔다. 내년 1월 우선등재대상지로 선정한 뒤 2022년 유네스코에 등재를 신청, 2023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5일 ‘대곡천암각화군 유네스코 등재를 위한 울산시민단’도 발족했다. 울산시민단에는 모두 350명이 참가했다. 애초 목표가 250명이었으나 신청자가 많아서 100명을 더 늘렸다. 울산시민들의 암각화에 대한 자긍심과 유산등재에 대한 열망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역담당자, 지역정부, 지역단체, 무정부단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는 심사의 중요한 요소의 하나다. 시민들의 강력한 의지와 다채롭고 활발한 활동이 유산등재 심사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대곡천암각화군’은 울산시민들에게 다소 낯선 이름이다. 대곡천을 따라 약 6㎞ 사이에 국보 285호인 반구대 암각화와 국보 147호인 천전리 각석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2기의 문화재를 한꺼번에 세계문화유산으로 올리기 위한 전략으로 새롭게 만든 이름이 대곡천암각화군이다. 하지만 단순히 두 문화재를 묶는 이름에 그쳐서는 안된다. 대곡천이 있었기에 선사시대부터 사람이 살았을 것이고 2기의 암각화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란 짐작을 하기는 어렵지 않다. 대곡천에는 공룡발자국도 널려 있다. 대곡천이라는 ‘자연유산’이 없었다면 암각화라는 ‘문화유산’도 없었을 것이다. 대곡천암각화군은 사실상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복합유산’인 셈이다. 유산등재를 위한 연구용역에서 대곡천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 Outstanding Universal Value)’가 새삼 강조돼 대곡천의 자연성이 오래도록 보존됐으면 해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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