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환 변리사·특허법률사무소 대표

국내 주류업체가 3월 출시한 맥주병 디자인이 최근 특허침해 논란을 겪고 있다. 발명가 정경일씨가 자신의 특허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이에 반해 주류업체인 H(하이트진로)사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디자인이라면서 맞서는 한편 정씨의 특허에 대해 무효심판을 청구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전형적인 지식재산권 다툼의 전개 상황인데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기업의 갑질 논란, 마케팅 전략 등 여러가지 이야기가 파생되고 있다. 이처럼 특허사건이 이슈가 될 때마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꼭 질문을 받는다. 특허가 뭐냐, 지적재산권은 또 뭐냐, 그렇다면 산업재산권과 지식재산권은 뭐가 다르냐…. 심지어 특허와 상표를 같은 것으로 잘못 알고 있거나 상표특허라는 정체불명의 용어를 쓰기도 한다. 사람들은 대체로 지식재산권에 대해 무관심한데 이는 일상생활에서 잘 체감하지 못하다 사건이 뉴스화 될때 간혹 궁금한 대상이 되곤 하는것 같다. 지식재산권 중에서 저작권을 제외한 산업재산권은 크게 ‘특허와 실용신안’ ‘디자인’ ‘상표’로 분류된다. 마치 삼형제와 같다. 맥주병 사건은 앞의 두 가지에 대한 문제이나 필자는 지면을 빌어 우리에게 더 친숙한 막내 ‘상표’에 대해 얘기해 보려 한다. 상표는 조금 아웃사이드라고 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막강한 무기가 되는 권리이다. 한마디로 축구선수 이강인을 일컫는 ‘막내형’이라고 볼 수 있다. 상표를 사용할 수 없어 바꾸어야 하는 상황이 되면 기업이 망할 수 있다. 그 정도로 상표는 지식재산권계의 스타플레이어다.

상표 등록을 해 두면 타인의 모방을 제지할 수 있다. 상표제도가 없어서 모방상표를 방치할 수밖에 없다면, 커피를 마시다가 “아 여기가 스타벅스가 아니구나”라고 뒤늦게 깨닫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겪게 된다. 둘러보니 온통 ‘수타빡스’ 짝퉁매장 디자인이다. 최근 필자는 몇몇 유명 연예인 상표출원을 대리하게 되었는데, 연예인 예명의 상업적 가치를 생각한다면 상표권 획득은 당연한 절차이다. “내 이름 베끼면 안돼!”라는 소리가 어디선가 들리는 것 같다. 비단 상표등록의 필요성은 연예인이나 대기업에만 해당되는 것으로 생각해서는 절대 안된다. 어느 분야이든 상표권이 중요하지만 필자는 요식업에 특히 상표등록을 강조하고 싶다. 얼마 전 방송인 백종원이 “요식업의 상표등록은 아이의 출생신고”라고 했다. 명언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지역사회에서도 상표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고장을 받기 전에 강력한 보호막인 상표등록을 받아 두는 것이 절실하고, 그것이 상표 분쟁에서 ‘결정적인 대비책’이 된다. 상표 관련 일을 하다 보면 재미있는 일도 많다. 아무래도 생활에 가장 밀접한 지식재산권이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해 빼빼로데이가 다가오는 때에 고객으로부터 문의를 받았는데, 내용증명 즉 상표권침해경고장을 받아서 그 대책을 묻는 것이었다. 인터넷을 통해 막대형 초코과자을 제조판매하는 사람인데 L제과 측으로부터 사용금지 경고장을 받은 것이었다. 의뢰인은 수제 초코과자에 ‘빼빼로’라는 표시를 하여 판매했는데 이를 마치 상품의 이름(보통명칭)으로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우선 판매를 멈추라고 하고, 추가로 제공할 조언을 고민하다 조금 유치한 패러디 수준의 문구를 하나를 떠올렸다. ‘공장에서 만든 것보다 백배로 맛있는 수제초코스틱 백배로!’

이를 광고 문구로 해 초코과자를 판매하면서 ‘백배로’를 상표출원하라고 권하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우선 키프리스 검색을 했더니,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걍쟁사인 O사가 이미 ‘백배로’ 상표를 등록받아 보유하고 있던 것이다. 심지어 L사 빼빼로 과자 포장에도 아마 ‘백배로 영양가가 있다’라는 광고 문구가 기재되어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다만 O사의 등록이 L사에 대항하기 위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이 사례에서 국내기업간의 과자상표 경쟁도 삼성과 애플 간의 국제적 분쟁 못지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치졸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양 사의 이익이 걸린 중대한 테마인 것이다. 상표권의 취득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기도 하다. 다시 맥주병 특허 사건으로 불거진 지식재산권 중 특허권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과연 그 맥주병이 개인발명가의 특허권을 침해한 것인지, 아니면 도리어 그 특허가 무효될 것인지 궁금하기는 하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지식재산권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그것이 우리 모두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법이 없으므로 관심을 가져보자고 말하고 싶다. ‘권리 위에 잠자는 경우’는 없어야하니 말이다.

김지환 변리사·특허법률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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