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 원인과 치료법

▲ 오학주 동강병원 신경과 전문의가 병원을 찾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의식 잃고 사지 굳어지는 등 발작
멍하기만 하거나 반응 늦은 경우도
유아기 열성경련 앓았던 사람이나
뇌 관련 질환자 발생 가능성 높아
뇌파 검사 통해서 정확하게 진단
항경련제 등 적절한 약물치료 중요
10명 중 4명이 재발없이 완치돼

뇌전증(epilepsy)은 뇌 이상에서 발생하는 질환이지만, 정신적으로 매우 안정적이며 정신기능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현대 의학적으로 뇌전증은 정신병이 아니라고 밝혀졌지만, 일반 사람에게 아직도 무섭고 낯설게 느껴지는 질병이다.

뇌전증은 단지 아주 짧게 일시적으로 뇌에 방전이 일어나고 그로 인해 경련이 지나간 뒤 정상적인 상태를 유지한다. 수천억 개의 뇌신경세포 중 일부가 짧은 시간동안 발작적으로 과도한 전류를 발생시키면서 나타나는 이상을 발작(seizure)이라고 한다. 이러한 발작이 두 번 이상 반복해서 생기는 것이 뇌전증이다. 오학주 동강병원 신경과 전문의와 함께 뇌전증의 원인과 치료법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본다.

◇100명 중 5명 일생에 한 번 뇌전증 경험

뇌전증은 아주 흔한 병으로 이미 2000년 전에 히포크라테스에 의해 설명됐다. 대개 소아 100명중 3명 정도가 뇌전증을 앓고 성인이 된다는 통계도 있다. 100명중 약 5명이 일생에 한 번 이상 뇌전증을 앓는다. 앓고 완치되는 사람이 많으므로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사람은 훨씬 적다. 국내에서는 과거에 앓고 완치된 사람을 제외하고 현재 병이 있는 사람만 약 30만명으로 추정되며 매년 약 3만명 정도의 새로운 뇌전증 환자가 발생한다. 65세 이상의 노인의 경우에는 젊은 사람보다 뇌전증이 많아서 매년 1만명 당 15명이 새로 발생한다.

의식을 잃고 눈이 돌아가며 사지가 굳어지고 간헐적으로 떠는 현상이 제일 잘 알려진 뇌전증 증상이다. 실제 임상에서는 멍하기만 하거나 반응이 늦고 한 팔만 흔드는 뇌전증 발작이 더 많다. 소름만 돋는다거나 구토만 하는 형태의 매우 미미한 증상의 뇌전증도 드물게 나타난다.
 

 

◇뇌에 국소적 병변이 있는 경우 발생

뇌전증은 뇌종양, 뇌졸중, 혈관기형, 뇌외상 및 저산소증 등 뇌에 국소적 병변이 있는 경우 발생할 수 있다.

오 전문의는 “뇌 관련 질환이 있는 사람이 뇌를 자극하거나 파괴할 경우 국소 뇌전증이 발생할 수 있다. 어렸을 때 심한 열성 경련을 앓았던 사람 중 뇌속 해마의 손상으로 인해 해마 경화증이 생겨 어른이 되면 난치성의 복합부분발작을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또 유전적 인자로 인해 발생할 수도 있다.

오 전문의는 “원인은 잘 모르지만 ‘유전적 인자가 관여하지 않을까’ 하는 정도로 추측되는 특발성 뇌전증이 있다”고 했다.

뇌전증은 정확하고 자세한 병력청취가 진단에 가장 큰 도움이 된다.

병력청취를 통해 뇌전증이 의심되면 뇌파(EEG)를 시행해 뇌전증파를 발견함으로써 뇌전증을 확진한다. 그러나 이 때 뇌파 검사가 정상이라고 해서 뇌전증을 배제할 수는 없다. 따라서 한 번의 뇌파 검사에서 뇌전증파가 관찰되지 않는다고 해서 뇌전증의 진단이 배제될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임상적인 판단과 뇌파 검사를 반복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항경련제 복용으로 뇌전증 발작 억제

항경련제의 복용은 뇌전증 발작을 억제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뇌전증의 치료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오 전문의는 “실제로 적절한 약물치료를 받는 뇌전증 환자들의 약 60% 이상은 발작 없이 생활하고 있으며, 약 20% 정도는 수개월에 한 번 정도의 드문 발작을 보인다”면서 “뇌전증은 난치병일뿐 불치병은 아니다. 즉 잘 낫지는 않지만 대개는 낫는다. 일반적으로 전체 뇌전증환자로 보면 10명중 4명이 2~3년간 적절한 약물치료 후 재발 없이 완치가 된다. 10명 중 4명은 수 차례 재발해 항경련제를 5~20년간 복용 후 완치가 된다. 2명 정도는 난치성뇌전증이라서 평생 지속적으로 또는 주기적으로 약물을 복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뇌전증 발생시 응급 대처법
-주변에 뾰족하거나 단단해서 환자를 다치게 할 수 있는 것들을 치워야 한다.
-발작 중인 환자를 누르거나 팔다리를 억지로 붙잡지 말아야 한다.
-숨쉬기 편하도록 목 주위의 넥타이·단추와 허리띠를 느슨하게 해준다.
-환자를 옆으로 눕혀 혀가 기도를 막지 않고 숨쉬기 편하게 만들어준다.
-손가락을 입안에 넣어 억지로 입을 벌리려 하지 말아야 한다.
-손가락을 바늘로 찌르지 말아야 한다.
-발작이 끝날 때까지 옆에서 대기해 예기치 못한 일에 대비해야 한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