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소운 울산옹기박물관 큐레이터

옹기박물관에 있다 보면 학생들에게 종종 듣는 질문이 있다. “흙이 어떻게 단단한 그릇이 되나요?” 이는 단순해 보이는 질문 같지만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필요한 질문이다. 흙이라는 소재의 기본 성질을 알아야 하고, 흙에 가변성을 가할 수 있는 요소와의 상관관계를 파악해야만 풀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흙에도 그 종류가 다양하다. 부드러운 흙이 있는가 하면 거친 흙이 있고, 저온에도 잘 녹는 흙이 있는가 하면 고온에도 쉽게 녹지 않는 흙이 있다. 예를 들어 고온에 견디지 못하는 흙으로 만든 그릇에 높은 열을 가하면 그릇은 열을 견디지 못하고 주저앉아 버린다. 반면, 높은 열에도 성질의 변함이 거의 없는 흙으로 만든 그릇에 열을 가하면 그릇은 녹지 않는다. 즉, 온전한 그릇으로의 탄생이 어렵다.

흙으로 그릇의 형태를 만드는 과정을 보면, 흙 속에 수분 함량 정도를 파악하고 일정한 시간 내에 작업을 끝낸다. 그렇지 않으면 손끝에 열이 흙에 전달되어 그릇으로 완성되기도 전에 흙이 갈라져 버리고 만다. 흙의 성질을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만 그릇의 형태를 잡을 수 있듯, 마찬가지로 흙이 불과 접촉했을 때 성질이 변화하는 방식도 꿰뚫고 있어야만 완전한 그릇으로 재탄생시킬 수 있다.

▲ 점토

그래서 장인들이 흙을 고를 때는 육안을 통해 관찰하거나 손으로 직접 만져보는 것은 물론, 구별이 어려울 때는 흙을 직접 입에 넣고 씹어봄으로써 분별했다. 혀의 섬세한 감각까지 활용하여 흙의 미세한 성질을 파악한 것이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장인은 흙이 부족한 상황이라도 생기면, 흙의 장단점을 염두에 두고 내화도(耐火度)가 낮은 흙과 높은 흙을 적절하게 배합하여 사용하기도 했다. 이것이야말로 장인들이 경험적 소산으로 쌓은 실천적 지혜가 아닐까 싶다. 문소운 울산옹기박물관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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