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 급속 성장의 이면에 가려
자체적 기술력을 못키운 울산 중기들
달라진 산업생태에 발맞춰 자생력을

▲ 이병국 (사)울산벤처기업협회장·(주)로파 대표

산업도시 울산은 1960년대부터 전하만 일대의 현대조선소 건립을 시작으로 현대자동차, 석유화학, 온산 비철단지 등 4개의 대단위 공업단지가 형성되면서 반세기 이상 한국경제의 커다란 축으로 거침없이 달려 왔다. 외환경제위기 등도 슬기롭게 극복하며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분야에서 기술강국으로 불리는데 노사 모두가 한마음으로 노력해 왔던 것이다. 해방 이후 한국 사회가 일구어낸 정치 경제적 발전과 더불어 수출강국으로 우뚝 서게하는 큰 역할을 울산이 담당해왔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울산은 세계 경제의 큰 흐름 속에서 살아 남기 위한 기술 전쟁을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무기로서 남의 영토를 빼앗는 물리적인 전쟁이 아닌 국가간의 경제전쟁을 일명 ‘총칼 없는 전쟁’으로 부르는 이유는 경제가 국가 존립과 국민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국가의 안위 못지않게 지대하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들은 전체적인 규모와 특정 기술 분야에서 세계가 주목할 만한 커다란 성장을 이루었다.

하지만 기업의 종류와 단위 기술면에서는 아직도 독일과 일본의 장인 정신과 견주어 아쉽고 부족한 부분이 존재하는 것도 현실이다. 특히 세계 일류기업으로 성장한 대기업들을 피땀으로 뒷받침해온 울산의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자체 기술력으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것은 큰 아쉬움이 아닐 수 없다. 자체 기술보유와 개발이라고 하는 측면에서 볼 때 울산지역 중소기업들이 국내 타도시의 중소기업보다 열위에 있고 개발 노력이 부족하다고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국가가 지원하는 기술개발(R&D)지원 정책의 지원율에 있어서도 울산은 6개의 광역권내에서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이는 산업수도, 신기술 등으로 표현되는 울산의 이미지와 동떨어지는 의외의 현실이라고 할 수 있다. 원인을 따져보면 대기업들의 급속한 성장 과정에서 타도시의 중소기업들에 비해서 안정적으로 일감을 확보할 수 있었으므로 자생적인 기술력 확보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대기업에서 지정해주는 제조사양을 따라야 했던 협력업체로서의 한계도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세계적인 경기의 장기 침체와 국가간 이해관계로 인한 상호 경제제재 및 글로벌 기업들의 자기들만의 리그 형성을 위한 새로운 규약 적용 등으로 최근 국내 대기업들이 크게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울산에 본사를 두었거나 주력공장을 둔 대기업들의 사정이 심각하다. 장치산업으로 표현되는 석유화학과 기간산업군인 비철단지에 비해 조선산업과 자동차 산업은 경기의 호불황과 소비패턴의 변화, 국가간 이해관계가 빚어내는 경제제재등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될 수밖에 없는 산업이라 할 수 있겠다. 과거 IMF 등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거쳐오면서 조선 관련과 자동차 분야가 동시에 어려운 상황은 피해갔지만 울산의 경제에 이끌어 가고 있는 조선, 자동차 분야의 사정이 최근 4~5년간은 모두 어려운 상황이 되면서 중소기업들의 자체 기술 개발과 영업력 확보는 끝까지 생존할 수 있는 마지막 무기가 아닐 수 없다.

이 어려운 시기를 지혜롭게 헤쳐나가야 한다. 자금 지원이나 규제 완화 등이 한시적으로 중소기업을 도울 수는 있겠으나 영구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한다. 결국 중소기업이 스스로 고유의 기술력과 영업력을 갖고 자생력을 키워야 살아남을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도 최근 유행처럼 이야기되는 4차산업이나 스마트공장 혁신을 이야기하기 전에 중소기업의 자생력을 키우는 방안 강구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병국 (사)울산벤처기업협회장·(주)로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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