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천 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합창지휘박사

‘민둥산에서의 하룻밤’은 러시아 작곡가 모데스트 페트로비치 무소르그스키(Modest Petrovich Mussorgsky)의 교향시 제목이다. 매년 6월24일 러시아 남부 키예프 지방의 트라고라프산에서 마녀와 악마들이 축제를 벌인다는 ‘성 요한제’의 전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한밤중 지하에서 마녀와 악마의 영혼이 아우성치며 밖으로 나와 향연을 벌일 준비를 한다. 이어 어둠의 왕인 체르노 보그가 등장하면 마녀와 악마들은 왕을 찬양하며 광란의 파티를 벌인다. 해괴하고 기괴한 축제를 벌이다가 멀리 마을에서 교회 종소리가 울리면 마녀와 악마는 지하로 사라지고 날이 밝아온다.

무소르그스키는 1867년 ‘마녀와 악마들의 축제’라는 제목의 관현악곡으로 작곡했다가 성 요한제의 전설을 바탕으로 ‘민둥산의 성 요한제’라는 교향시로 재탄생시켰다. 그러나 그가 살아생전에 연주되지 못했다. 오늘날 자주 연주되고 있는 ‘민둥산에서의 하룻밤’은 젊은 나이(46세)에 죽은 무소르그스키를 대신하여 림스키코르사코프가 다시 교향시로 편곡한 것이다. 무소르그스키가 작고한 지 8년이 지난 1889년 프랑스에서 초연돼 호응을 얻었다.

무소르그스키가 일찍 죽은 이유는 어찌보면 그의 생애에서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 1839년 3월21일 러시아 프소코프주 지방에 지주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어려서부터 어머니에게 피아노를 배우며 음악을 시작했다. 그러나 부모의 반대로 음악을 하지 못하고 사관학교에 입학했다. 그러나 음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결국 군 생활을 그만두고 발라키레프에게 작곡을 배우며 본격적인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러시아에서 농노해방운동이 일어나 집안이 기울었고 설상가상으로 어머니까지 돌아가시자 술로 시간을 보내다가 그는 알코올 중독이 됐고 결국 건강이 악화되어 심장병으로 1881년 3월28일 4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추천음악

음악을 들으면 휘몰아치는 악마들의 등장이 절로 떠오르는 곡이다. 번스타인(Leonard Bernstein)이 지휘한 뉴욕필(New York Philharmonic)의 ‘민둥산에서의 하룻밤(Night on Bald Mountain, symphonic poem)’은 이 곡의 느낌을 충분히 살리고 있다. 구천 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합창지휘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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