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보광 울산광역시자원봉사센터 사무국장

달군 팬에 기름없이 살짝 볶아서 비린내를 없앤 멸치와 무, 다시마를 넣어 육수를 내놓고, 돼지고기는 간마늘, 후추 등으로 밑간을 해서 둔다. 잘 익은 김치를 알맞게 썰어 고기와 함께 달달 볶다가 육수를 적절하게 부어주고 한소끔 끓인다. 단맛을 살리는 양파와 칼칼한 맛과 감칠맛을 더해줄 재료들을 취향대로 넣고 소금으로 간을 하고 좀 더 끓이면 각각의 재료들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얼큰하고 깊은 맛이 나는 맛있는 김치찌개가 된다. 더하여 함께 먹을 사람을 생각하며 정성을 다하면 미슐랭 3스타 못지않은 평가를 받는 요리가 되지 않을까?

자원봉사 활동도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과 같다. 자원봉사가 필요한 곳, 대상자가 어떤 욕구와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 찾아내고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자원과 방법을 연결해 주어야 한다. 적재적소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도움이 필요한 곳이나 사람도, 도움을 주는 사람도 모두가 만족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울산의 자원봉사자는 33만5000명(2019년 6월말 1365자원봉사 포털 등록자 기준)이다. 초등학생부터 각 연령대별로, 다양한 직업군에 경력과 재능도 다양하다. 자원봉사센터에서 맛있는 레시피로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기획하면 각각의 자원봉사자가 가진 역량과 타인을 위한 소중한 마음이 조화롭게 섞여 재미있고 보람있는 자원봉사 활동으로 만들어진다.

음식이 맛있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요소가 있다. 바로 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리고 정성껏, 그리고 정직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음식점에서는 단지 이익만을 위해 좋지 않은 재료를 쓰거나, 조미료만으로 맛을 내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정성이 없고, 정직하지 않은 음식을 단번에 알아낸다. 단지 이미 주문을 했기 때문에 또는 배가 고프니 먹기는 하지만, 다음번에는 그 음식점을 찾지 않게 된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자원봉사에도 이런 경우가 있다. 자원봉사는 무보수성과 자발성을 기본으로 공익적이어야 하며, 정치와 종교적 목적으로 이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자원봉사활동 기본법 제2조)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자원봉사자 중에는 간혹 단체의 리더로 자신의 사회적 입지를 넓히고 명예를 쌓고자 하는 경우도 있고, 자원봉사를 이용하여 사욕을 챙기고자 하는 일도 있다. 자원봉사활동은 무보수성과 자발성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자신의 재능을 정성껏 나누는 만큼의 보람과 자부심이 활동을 지속하게 해 주는 원동력이 된다.

원칙에 어긋나고 정직하지 못한 극소수의 자원봉사자들이 자원봉사활동을 주도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자원봉사의 원칙을 따르지 않는 자원봉사자가 있다면, 그 활동은 그르치게 된다. 대상자들도 마음에 없는 서비스를 쉽게 눈치챌 것이고, 함께 활동하는 봉사자들의 선의의 마음도 퇴색돼 버릴 것이다. 자원봉사로 살기 좋은 울산, 행복도시 울산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33만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이 소수의 정직하지 못한 자원봉사자로 인해 맛없는 자원봉사가 되는 일이 없기를 바래본다. 정보광 울산광역시자원봉사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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