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친정체제를 굳히는 전략으로
공천이 살생부 돼선 총선패착 불보듯
투명성·합리성·당선 안정권 지켜져야

▲ 김두수 정치부 서울본부장

YS정권 중반부인 1996년 2월 15대국회 총선 공천작업이 한창 진행되던 신한국당 여의도 중앙당사. 선글라스를 낀 중년여인이 예고없이 문을 박차고 나타났다. 다짜고짜 “최형우 어디갔어?” 고함을 치면서 소동을 벌여 아수라장이 됐다. 울산 출신이면서도 부산연제구로 지역구를 옮긴 최형우는 당시 YS의 오른팔로 실세중 실세로 공천사령탑이나 다름없었다. 중앙당 공천관리위 옆 사무실에서 상시 대기하고 있던 정치부 ‘뻗치기 기자’와 카메라가 이를 놓칠리 만무했다. ‘선글라스 소동’의 당사자는 전두환·노태우 신군부 측근으로 육군참모차장을 역임한뒤 경남 의령·함안에서 14대 국회의원을 지낸 정동호 의원의 부인이었다. 최형우 공천사령탑의 총선결과는 선글라스 반발에도 불구하고 원내 제1당인 139석을 획득, DJ가 총재로 있던 국민회의 79석보다 60석을 더 많이 차지해 압승했다. 그로부터 20년이 2016년 20대 총선. 박근혜 정부 실세 공천사령탑 이한구는 청와대의 시그널을 그대로 작동시킨 ‘진박 감별사’의 중심부였다. 때문에 청와대를 겨냥해 ‘얼라들’(아이들의 영남지역 사투리)이라고 공격하다 박근혜의 눈엣가시가 박힌 ‘배박’의 대명사 유승민은 물갈이 0순위였다. 부산의 좌장격인 김무성도 상위권 교체대상에 랭크되면서 당안팎의 논란이 증폭됐다. 진박 감별공천은 사실상 명문도 실리도 없는 패착이었다.

내년 4월 치러지는 21대총선의 자유한국당 공천지형은 어떻게 될까? 울산출신 박맹우 사무총장의 시그널이 90%이상 달려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총선결과는 황교안 대표체제의 정치적 생사가 걸려있을 만큼 막중하다. 21대 국회 원내지형은 곧바로 2년뒤인 2022년 5월 치러지는 차기 대선지형에도 직접 영향을 미치는 최대 승부처다. 황 대표가 박 총장을 사실상 공천사령탑으로 발탁한 배경은 ‘여권의 집권20년 플랜’에 맞서 특단의 공천혁명을 통해 총선을 진두지휘해달라는 메시지가 담겨있을 것으로 미루어 짐작된다.

그렇다면 ‘황 대표­박 총장 라인’의 공천혁명은 어떤 방식, 어떤 전략으로 추진되어야 하나. 가장 경계할 점은 이른바 ‘황교안 친정체제 구축’전략의 연장선에서 ‘비황교안’을 내치는 살생부 작업이다. 이같은 유형은 전례로 볼때 명분도 실리도 없는 총선패착의 결과를 초래할 것이 뻔하다. 결정적으로 중요한 공천잣대는 투명성과 합리성, 당선 안정권이다. 공천지휘부는 공개적으로 뺨을 맞고 추락하는 현역들이 “나는 맞아도 싸다”라는 당위성을 등에 업어야 한다. 그래야 바뀐 선수가 비록 신인이라 할지라도 본선에서 승부를 걸 수 있다. 이를 위해 주요 지역구·권역별로 선거인단을 구성, 공개오디션 채점형식의 투명한 방식도 있다. 여기에 더해 도덕성 문제와 파렴치, 젠더 감수성 조차도 없는 저품격 ‘꼰대’형, 막말 등 구설에 오른 현역에 대해선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과감한 청산작업이다. 현역 교체지수와 관련해선 당부설 여의도연구원 외에도 유력조사기관을 통한 ‘플러스알파 안전장치’를 단계적으로 만들어 나간다면 문제될게 없다. 다선과 고령이 무조건 물갈이 기준이 될 필요는 없다.

한국당의 총선 목표치는 아직 구체화 되지는 않았다. 국회선거법 개정 관련 패스트트랙 정리 등이 남아 있다. 그럼에도 여야합의로 현재 300석 유지할때 최소 120석, 최대 130~140석을 차지하게 되면 차기 대선에서도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반면 110석 수준은 평작, 지금보다 10여석이 줄어든 100석 아래로 떨어지면 참패다. 당 지도부는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다. 박 총장이 지역구가 있는 울산관내 필승 공천전략도 관심사다. 울산의 원내외 물갈이 지수는 다른 지역과 연동돼 있다. ‘읍참마속’으로 전국적 개혁공천에 불을 당겨 정면 승부수를 던질 것인가, 아니면 ‘너도 살고 나도 살고’의 두루뭉술하고 ‘인정넘치는’ 공천잣대를 들이댈 것인가? 솔로몬식 개혁 공천작업의 선택과 전략은 박맹우 총장에 달려 있다. dusoo@ksilbo.co.kr

김두수 정치부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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