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 국가정원 지정으로 울산시 관광산업의 방향성이 확고해졌다. 산업과 생태, 두마리의 토끼가 그것이다. 태화강 국가정원이라는 이름만 두고 보면 생태가 전부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독창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1호 국가정원인 순천만은 말할 것도 없고 생태적으로 아름다운 하천은 우리나라에 얼마든지 많다. 연분홍 매화꽃잎이 수를 놓으며 흘러가는 섬진강만 하더라도 태화강보다 덜 아름답거나 덜 생태적이라 할 수는 없다.

태화강 국가정원의 독창성은 ‘산업도시 울산’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하천이라는 데 있다. 오늘날 태화강 생태하천의 태생적 배경이 바로 ‘산업도시’이다. 우리나라 근대화의 희생양으로서 물고기의 떼죽음을 수시로 목격해야 했던 ‘죽음의 강’이 생태하천으로 되살아난 역사가 없었다면 오늘날 태화강은 그저 어느 도시에나 있는 평범한 도심하천에 불과했을 것이다. 생태를 얻었다고 산업을 포기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울산은 산업관광의 보고다. 고도의 전략을 갖고 산업과 생태를 문화적으로 조화롭게 연결해서 재미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저 알록달록한 꽃으로 단장하거나 1급수에 사는 동식물이 있는 깨끗한 하천이라는 것만으로는 시쳇말로 ‘개업빨’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태화강국가정원 지정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울산의 산업지도와 관광지도를 확 바꾸고 새롭게 시작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1호정원인 순천만에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국가정원을 찾는 한해 관광객이 611만명(2017년)을 넘어섰다. 신성장동력으로서 관광산업을 새롭게 부각할 수 있는 기회다. 모든 관광자원을 태화강 국가정원과 연계시키는 것은 물론 산업을 문화적 코드로 재해석해서 관광자원화하는 작업도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또하나 빠뜨릴 수 없는 중요한 것이 바로 오늘의 태화강을 만든 시민정신이다. 태화강 대숲이 보존되지 않았다면, 지금의 국가정원이 된 태화들에 당초 계획대로 공동주택이 들어섰더라면, 오늘날의 태화강 국가정원은 있을 수 없다. 하천내 지장물 철거 계획에 의해 대숲 제거가 결정됐 때 본보가 앞장서 태화강 대숲보전 캠페인을 펼쳤고 지역내 오피니언 리더들이 동참하면서 시민운동으로 발전됐다. 시민들의 힘이 아니었다면 대숲은 아마 사라지고 말았을 것이다. 태화들이 태화강대공원으로 거듭난 데는 지주들의 희생과 양보가 있었다. 이같은 시민정신을 스토리텔링해서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것은 물론 고스란히 태화강 국가정원의 유지관리로 이어져야 한다. 맨해튼 센트럴파크 등 세계적인 공원이 지역주민들의 참여 속에 가꾸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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