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나영 울산대학교병원 신경외과 교수가 병원을 찾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수전증(手顫症)이란 사전적 의미로 물건을 집을 때 손이 떨리는 현상이다. 의학용어로서는 ‘본태성 진전’ 혹은 ‘본태성 떨림’이라고 부른다. 증상이 보통 손에 나타나지만, 기본적으로는 뇌의 기능 이상으로 나타나는 병이다.

뇌에는 팔, 다리 움직임을 담당하는 운동 회로가 있어서 부드럽게 회로가 돌아갈 때 정상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반면, 회로에 어떤 한 부분이 고장이 나거나 기능이 떨어지게 되면 움직임이 이상하게 빨라지거나 느려지게 되는 운동질환이 발생하게 된다.

수전증은 이런 운동질환의 한 부류로 볼 수 있고, 약 5% 내의 유병률을 가지고 있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정나영 울산대학교병원 신경외과 교수와 함께 수전증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본다.

뇌의 운동회로 이상으로 손떨림
행동시 떨림 나타나면 수전증 의심
병증 악화되면 전신으로 증상 확대
근이완제·신경안정제 등 약물치료
약물 효과 없다면 수술 고려해야

◇손떨림으로 글쓰기 힘들다면 의심

의학적으로 손떨림을 검사할 때 크게 세 종류의 증상을 확인한다 △안정시 떨림(resting tremor) △자세성 떨림(postural tremor) △의도성 떨림(intentional tremor) 등이다.

정나영 울산대학교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안정시 떨림은 아무런 움직임 없이 쉬고 있는 자세에서 떨림이 일어나는 것으로, 수전증 보다는 주로 파킨슨병에서 많이 나타난다. 수전증과 파킨슨병 감별시 주요 증상이기는 하지만, 질환의 진행 정도에 따라 감별이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자세성 떨림은 팔을 들거나 특정 자세를 취하고 있을 때 나타나는 떨림이며, 의도성 떨림은 물건을 집거나 글씨를 쓰거나 하는 등의 행동을 할 때 나타나는 떨림이다.

정나영 교수는 “수전증은 안정시 떨림보다는 자세성 떨림이나 의도성 떨림이 많이 나타난다. 따라서 대부분의 환자들이 글씨를 쓰거나, 물을 마실 때, 젓가락을 사용할 때 불편함을 느끼고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만약 수전증이 많이 진행됐다면 손이 아닌 머리가 떨리거나, 몸통이 흔들리거나, 목소리가 떨리는 등의 전신 증상으로 확대될 수 있다. 재미있게도 술을 마시거나 하면 증상이 일시적으로 완화되는 경우도 있어 환자분들 중에는 음주를 즐기는 경우도 많지만, 근본적인 치료법은 아니다”고 말했다.

 

◇정확한 원인 밝혀지지 않아

수전증은 기본적으로는 뇌 운동회로 이상으로 발생하는 병이지만,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노화 과정의 일환으로 설명하기도 하지만 청소년기나 성인에게도 나타난다.

정 교수는 “간혹 가족 중에 수전증 환자가 있는 경우, 다른 가족에게도 나타나는 경우가 있어 유전적인 영향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증상이 긴장을 하거나, 흥분을 하는 상황에서 악화되기 때문에 운동 회로에서 억제 효과를 담당하는 부분의 고장으로 설명된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아 파킨슨병과 알츠하이머 등의 퇴행성 뇌질환과 더불어 지속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손 떨림을 뇌졸중의 주요 증상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보다는 긴장을 할 때 일시적으로 손이 떨리는 생리적 떨림이 더 많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파킨슨병 및 다발성 경화증, 중뇌의 뇌졸중 등과 같은 다른 원인과 관련해 나타날 수도 있다. 가끔은 정신과 약물이나 위장약 등과 같은 특정 약물과 관련된 떨림도 있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감별해야 하는 부분은 파킨슨병이며, 원인과 그 치료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전문의의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경과 관찰 후 약물 복용·수술

수전증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도 있으나 생명에 위협이 될 정도의 장애를 초래하지는 않는다. 초기 증상의 경우 일반적으로 대인관계를 하는 부분에 있어서 타인의 시선에 신경을 쓰게 되고, 이로 인한 스트레스로 증상 악화 및 우울감, 박탈감 등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병이 진행된 상태에서는 식사, 양치질 등 기본적인 일상 생활까지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영양 부족 및 무기력감 등을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수전증은 어떻게 치료할까.

수전증 진단을 받았지만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없다면 경과 관찰을 하기도 한다.

정 교수는 “식사, 글쓰기 등 일상생활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가장 기본적인 치료는 약물 치료다. 베타차단제나 근 이완제, 신경안정제 등의 성분이 증상을 호전 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약물 반응도는 평균 50~60% 정도이며 약물 용량을 높이거나 약물 수를 늘려도 호전이 없거나 약에 대한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에는 수술까지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수술 종류는 다양하다. 운동회로의 한 부분인 뇌의 시상(thalamus)을 부분적으로 손상시키는 시상파괴술과 전기적인 자극으로 치료 효과를 유도하는 뇌심부자극술 등이 있다. 진전이 잘 조절되지 않는 약물불응성 환자의 경우 수술적 치료를 시행했을 때 80% 이상 증상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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