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부분의 실수가 큰 낭패 불러
국가의 안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
사소한 부분 소홀·무시 경계해야

▲ 박기준 전 부산지방검찰청 검사장

얼마전 오른발 깁스를 풀었다. 집앞 이면도로 아스팔트 길바닥의 갈라진 틈새를 잘못 디뎌 오른발을 겹질려 뼈에 금이 갔다. 목발을 짚고 다니면서 한달간 고생했다. 아직 온전치 못하다. 슬리퍼 신고 산보 나가다니, 그것도 어두운 밤에! ‘사람은 바위에 걸려 넘어지는 것이 아니라 두더지가 쌓아 놓은 작은 흙덩이에 걸려 넘어진다’고 한다. 큰 일보다 사소한 것에서 화를 입을 수 있다.

셜록 홈즈 시리즈를 쓴 영국 작가 코난 도일은 “작은 것은 조금씩 찾아온다. 작은 구멍으로도 빛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커다란 바위에 걸려 넘어지지 않는다. 사람들을 넘어뜨리는 건 오히려 작은 조약돌같은 것이다. 오랫동안 내 좌우명이 되어 온 말은 ‘작은 일일수록 더없이 중요한 일이다’라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사소한 실수로 인하여 실패를 할 수 있고, 작은 일을 소홀히 하면 큰 일을 이룰 수 없다는 뜻이다.

작은 부분에서의 실수가 큰 낭패를 가져오고, 작은 일로 인하여 승부가 갈라지는 것은 개인 영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소한 실수가 조직의 실패를 가져 오기도 하고, 심지어 국가의 안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 2019년 6월 경 발생한 삼척항 입항 북한 목선 사건에서 안보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과 우려가 제기되었다. 군의 경계태세의 잘못에 대한 국방장관 사과와 관련자 문책은 당연한 조치다. 안보와 국방의 허점은 국가 존립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사소한 실수도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

제국의 흥망이 사소한 실수에 좌우된다는 사실은 역사가 증명한다. 오스만투르크가 동로마제국 수도 콘스탄티노플을 함락시킨 제국 멸망의 역사속에 인상적인 일화가 있다. 1453년에 오스만의 이슬람세력이 콘스탄티노플을 공격하는 전투가 수개월간 벌어졌다. 오스만군내에서 ‘더 이상 공격이 어렵다’는 의견이 나올 정도의 팽팽한 공성전 과정에서, 동로마군측 성문 문지기가 출입구로 사용하던 비밀쪽문을 잠그지 않는 실수를 하는 바람에 오스만군이 성안으로 쇄도하여 난공불락의 데오도시우스 성곽이 함락되었다고 한다. 오스만은 떠오르는 강성대국이고 동로마는 쇠락해가고 있었으므로 제국 멸망은 역사적 필연일 수 있으나, 사소한 실수가 성의 함락과 제국 멸망에 직접적 원인이 된 것만은 틀림없다.

흔히 일상에서 대세에 지장이 없다고 하면서 사소한 부분을 소홀히 하거나 무시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경계해야 할 일이다. 디테일에 악마가 있다고 하지 않는가. 사소한 담배불씨 하나가 산불로 번져 산하가 초토화되는 피해도 생긴다.

반대로, 하찮아 보이는 작은 일들을 소중하게 다루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 언젠가 방송에서 들은 성공과 실패가 엇갈린 경쟁관계의 두 곳 신발공장 이야기가 생각난다. 한 곳은 성공하였고 다른 한 곳은 문을 닫았다는데, 그 원인의 비밀은 신발 생산 공정의 마무리에 있었다고 한다. 한 곳은 신발 제작의 마지막 공정에서 가죽을 꿰매고 남은 실밥의 끝을 말끔하게 정리하였고, 다른 곳은 실밥 끝을 그대로 두는 방식으로 생산하였다. 소비자들이 실밥의 끝이 마무리된 신발을 신으면 편안하게 느껴 많이 구매하였고, 그렇게 하지 않은 신발은 이물감 때문에 불편함을 느껴 잘 구매하지 않았다고 한다. 사소한 차이에서 소비자들의 선호가 갈리어 두 곳 신발공장의 운명도 달라졌다. 가죽 신발을 꿰매는 실밥 끝을 잘라서 정리하는 마무리 공정은 사소한 일이지만 소비자들의 선호에 결정적 영향을 미쳐 사업의 성패를 가른 것이다.

일상사나 직장과 조직내의 일하는 방식, 그리고 국가적 차원의 정책 수행에 있어 사소한 부분들을 어떻게 처리하는가는 중요한 문제다. 백가지를 잘해도 사소한 한가지 잘못 때문에 허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 험준한 산을 많이 올랐지만, 아직 붓기가 덜 빠진 오른발로는 당분간 산에 갈 생각을 하지 않기로 하였다. 박기준 전 부산지방검찰청 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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