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출규제 등 현안 산적
삼성·현대차·SK 등 5대그룹
사실상 비상경영체제 가동
총수들 하반기 경영구상 몰두
임직원들 휴가는 적극 독려

▲ SK 최태원 회장, LG 구광모 회장, 롯데 신동빈 회장, 삼성 이재용 부회장, 현대차 정의선 수석부회장(왼쪽부터)

본격적인 휴가철로 접어들었지만 주요 그룹 총수들은 올여름에 평소보다 더 분주한 시간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국내 경기침체와 고용환경 변화, 글로벌 경쟁 심화 등으로 인해 업종을 불문하고 위기의식이 높아진 데다 미중 통상전쟁 및 한일 외교갈등에 따른 피해 우려가 커지면서 휴가를 제대로 즐길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젊은 사원들을 중심으로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에 대한 요구가 높다는 점을 감안해 임직원의 휴가는 적극적으로 독려하는 분위기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현대차그룹, SK그룹, LG그룹, 롯데그룹 등 5대 그룹은 일제히 사실상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총수들도 올여름 휴가철에 하반기 경영 구상에 몰두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은 가뜩이나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일본 정부의 일부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규제가 ‘발등의 불’이 되면서 누구보다도 바쁜 여름을 보내고 있다.

엿새간의 일본 출장을 마치고 지난 12일 귀국한 이 부회장은 당분간 경영진으로부터 매일 일본의 소재 수출 규제와 관련한 현안 보고를 받는 동시에 수시로 회의를 소집해 하반기 경영전략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이 부회장은 귀국 다음날인 13일에도 디바이스솔루션(DS) 및 디스플레이 부문 최고 경영진을 소집해 긴급 사장단 회의를 갖고 출장 결과를 공유하면서 소재 수급 현황, 향후 대응방안 등을 집중 논의했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도 과거 별도로 자신의 여름휴가 기간을 정한 적이 거의 없었던 만큼 올해도 국내에 머물면서 현안을 챙겨볼 것으로 예상된다. 올들어 현대·기아차가 지난해 최악의 부진에서 탈출하는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국내외 마케팅 상황을 점검하면서 신사옥 글로벌비즈니스센터 개발 등에 대해서도 보고받을 것으로 전해졌다.

그룹 관계자는 “정 수석부회장은 평소 공식, 비공식 해외 출장이 워낙 잦은데,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올여름 휴가철에도 출장길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SK그룹 최태원 회장도 최근 주력사 가운데 하나인 SK하이닉스가 일본의 소재 수출 규제의 직접 영향권에 들면서 아직 특별한 여름휴가 계획을 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7년부터 그룹 관계사 모든 임직원에게 여름휴가에 연월차 휴가를 더한 이른바 ‘빅 브레이크(Big Break)’를 권장하고 있는 최 회장은 주로 국내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경영구상을 이어갈 예정이다.

한 그룹 관계자는 “당분간 해외 출장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계열사 현안을 챙겨보면서 신사업 구상, 각계 인사들과 만남 등의 일정을 소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G그룹 구광모 회장은 아직 구체적인 일정을 확정하지는 못했지만 ‘솔선수범’한다는 취지에서 여름휴가를 떠난다는 계획이다.

최근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임직원들에게 ‘바쁘더라도 반드시 여름휴가를 통해 휴식을 취하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한 구 회장은 지난해와 같이 8월 초에 휴식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도 ‘엄중한 시기’라는 판단에 따라 여름휴가에 대해서는 아직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초부터 일본 도쿄를 방문, 현지 재계 유력 인사들을 접촉하고 있는 신 회장은 최근의 한일 갈등을 해소하는 데 자신의 ‘일본 핫라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신 회장은 지난 12일 도쿄에서 현지의 주요 금융투자업체 고위 관계자들을 직접 만난 것으로 안다”면서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 휴가를 생각할 겨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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