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지 못한 문제로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나 잠시 쉼을 가지기 위해 일본 가나자와를 다녀왔다. 21세기 미술관이 거기에 있기도 했고, 또 그에 못지않은 아름다운 건축물의 도서관도 있다고 해서 망설임 없이 나섰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다는 것, 바쁜 일상을 쪼개어 잠시 낯선 공기를 마신다는 것은 삶에서 느끼는 작은 행복감일 수 있다. 고즈넉하고 한적한 역사가 묻어있거나 자연이 숨 쉬는 곳이면 더 좋을 것이다. 더 행복해지고 싶은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변함없는 인간의 욕망이다.
우형순 작가 역시 현대인들이 자유 시간을 늘리고 싶어하는 고민들은 그들의 행복과 이어지고, 또 그것은 자연과 밀접한 관계성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행복한 일상을 추구하기 위한 삶의 찬미를 그의 작품을 통해서 표현함으로써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얻어낸다.
그의 작품 ‘life and history’의 시리즈 ‘시간의 나무’는 우리가 태어나기 훨씬 오래전부터 우리의 삶을 지켜봐 온 순수 자연으로부터 현대인들에게 작은 쉼의 공간이 되어 치유와 위안이 되기를 바라며 삶의 찬미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life and history 시리즈 중 ‘꿈꾸는 나무’도 같은 맥락으로 이어진다. 암각화의 동물들은 작가의 감각으로 재해석되고, 그것은 원시성을 강조하는 강렬한 원색이 아닌 조금 더 부드럽고 따뜻한 색감으로 표현됨으로써 긴장이 완화되고 여유로움이 더해진다. 시간을 초월하는 이 상상의 풍경들은 화면이라는 한 공간 안에 머물며 관람자를 화면 안으로 여행하게 만드는 힘을 가진다.
우형순 작가의 ‘Life and History-시간의 나무’ 작품전은 울주문화예술회관에서 오는 31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기라영 화가·미술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