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볕을 견뎌 왔던 오는 길 너무 길어
비지땀 젖은 적삼 소금기가 굳어갈 때
하루해 저문 늦밤이 곤한 잠을 뒤챈다.
봄과 가을의 틈바구니 속에서 여름 무더위가 한껏 갑질을 하고 있다.
한낮 불볕을 내리 퍼붓는 것도 성에 차지 않아 열대야를 보탠다. 여름밤은 짧으면서도 길다.
후끈 달아오른 도시 속에서 이 더위를 식힐 방법은 선풍기나 에어컨을 밤새 돌리는 것 뿐. 더위는 삼복을 넘겨야 한풀 꺾일 듯. 시인은 범보다 무섭다는 열대야 속 후미진 쪽방에서 그 모든 세상사와 싸우는 이들을 생각하며, ‘곤한 잠을 뒤챈다.’ 김정수 시조시인
홍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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