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생태환경 공존하는 울산

시민 열정으로 살린 태화강서

국가정원 품고 미래첨단도시로

▲ 정갑윤 국회의원(울산중구)
동서양을 막론하고 정원(庭園)은 단순한 자연의 한 공간적 의미를 넘어 존재했다. 누구에게는 철학과 지혜의 샘물이었고, 또 누구에게는 치유의 상징이자 영혼의 안식을 얻는 곳이었다.

지난 11일, 울산 태화강 일원의 지방정원이 대한민국 제2호 국가정원으로 지정됐다. 2015년 순천만에 이어 두 번째 지정이다. 2004년 태화강 부활 프로젝트 시작이후, 15년 만에 대한민국 국가대표 정원이 된 것이다.

울산의 젖줄인 태화강은 산업화를 거치며 죽음의 강이었다. 중금속 검출, 물고기 떼죽음도 수차례였다. 하지만 태화강을 살리고자 하는 시민들의 열정이 생명력 넘치는 지금의 모습을 만들어 냈다.

필자 역시 시민들과 함께 지금의 태화강을 지키고 여러 위기를 극복하고자 노력을 다했었다. 1987년에는 하천정비기본계획으로 인해 태화강 지역의 하천주변의 모든 수목을 제거하기로 해 대숲이 사라질 뻔했지만 시민들, 환경단체 등과 함께 지혜롭게 지켜냈다.

1994년에는 도시계획을 변경하면서 일부 지목이 주거지역으로 변경되면서 지주들이 택지개발을 추진하려 했다. 당시에도 역시 태화강보전회 등이 나서 ‘태화들 한 평 사기 운동’을 전개하는 등의 노력으로 이를 막아냈다. 필자 역시 3평 남짓의 땅을 사며 함께 했던 기억이 있다.

이렇게 지켜냈던 태화강을 온전히 시민 품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국회의원이 되면서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었다. 2005년 대공원 조성사업을 진행했지만, 당시 보상비문제로 진척이 없던 상황에서 태화강 일원을 국가하천구역에 편입시키는 발상의 전환으로 국비 727억원을 확보하고, 태화강 대공원 사업의 물꼬를 트게 했다. 지금도 20여 년 의정활동 중 가장 보람된 순간으로 손꼽는다.

많은 분들이 울산하면 공업도시의 이미지를 떠 올린다. 그도 그럴 것이 울산은 8만명의 작은 농어촌에 지나지 않았으나, 지금은 인구 120만에 1인당 GRDP(지역내총생산)가 약 5만달러인 세계적인 산업도시가 됐기 때문이다.

국민들도 울산하면 ‘대한민국의 산업수도’를 떠올린다. 그런 도시에 국가정원이라니 언뜻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울산은 반구대 암각화, 영남알프스, 간절곶, 대왕암 등 천혜의 자연환경을 지니고 있다. 현대 세계적인 도시가 갖추어야 할 문명 즉, 역동적인 산업과 생태환경이 공생공존하는 대한민국 유일무이한 도시는 울산이라고 자부한다.

지역 국회의원으로서 남다른 애착을 갖고 산림청 관계자들을 꾸준히 만나 설명하고 설득하고 예산 확보를 위한 숱한 노력이 담긴 사업이기에 국가정원이라는 큰 성과를 거두게 되어 감정이 벅차오른다. 특히 지난 2014년 12월29일, 국회부의장으로서 지방정원을 국가정원으로 지정해 관리하도록 하는 내용을 신설했던 ‘수목원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때 의사봉을 직접 두드렸던 기억도 다시금 떠오르게 된다.

이번 국가정원 지정으로 울산은 더 이상 산업도시에 머물지 않을 것이다. 매년 수천억의 경제효과를 유발하는 관광 부가가치를 더해 아름다운 미래첨단 도시로 발돋움하게 될 것이다. 또한 일상에 지친 시민들이 꽃과 나무와 풀 향기를 맡으며 휴식공간으로서의 기능을 다하고, 지역경제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다.

이상향(utopia)을 뜻하는 낙원(paradise)의 어원은 ‘울타리 속의 즐거운 장소’다. 올 여름 대한민국의 휴가는 울산시민들이 만들어 낸 태화강 국가정원을 유유자적 걷는 것으로 충분할 것 같다.

정갑윤 국회의원(울산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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