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로나 고속도로, 항공기 등 공공시설로 인한 소음민원이 그치지 않고 있다. 생활불편은 물론이고 가축의 출산 등에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막상 소음측정을 해보면 법적 기준을 넘는 경우는 드물어 대책 마련에 애로를 겪는 경우가 많다. 소음규제기준이 피해자 중심으로 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울산시 울주군 청량읍 덕정1·2리와 송정3리 주민 1187명이 동해남부선 복선전철화 사업으로 인해 소음공해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민원을 제기했다. 지난 15일 부산 일광~태화강역 노선이 개통되면서 소음공해가 심각해진 것이다. 복선전철화 사업으로 철로가 이설되면서 갑자기 대단지 아파트와 학교 등이 철로와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앞으로 동해남부선 전 구간이 완전개통하면 통행량은 하루 70회 가량으로 늘어나고 소음피해도 덩달아 증가한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철로가 교량 위에 설치돼 있어 소음이 더 심각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2m 높이의 방음벽은 있으나 마나다. 철로로부터 불과 60m거리에 있는 한양수자인아파트, 300m 떨어진 유림아파트 주민들은 잠도 잘 수 없고 TV를 시청할 수도 없다고 호소한다. 철로이설로 인해 철로로부터 오히려 멀어진 청량초등학교도 소음피해는 더 커졌다고 한다. 이만큼 가까운 거리에 그것도 교량 위로 기차가 지나가는데 겨우 2m 높이의 방음벽을 소음차단 시설이라고 해놓았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 너무나 형식적이다.

앞서 몇년 전 울산시 두서면 활천마을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2010년부터 KTX고속철도가 지나가면서 소음과 진동피해로 가축들이 폐사하고 주민들은 불면증에 시달리다 못해 마을을 떠나기도 했다. 민·관·정의 끈질긴 노력 끝에 6년만인 2016년 5월 겨우 소음방음벽 설치가 결정됐고 2018년 10월에야 공사를 완료했다. 고속열차가 지나갈 때 이 마을에서 측정한 소음은 청력손실을 일으키는 81㏈이었다. 하지만 소음규제기준은 1시간 평균치를 내서 60~65㏈을 넘어야 하는 등가소음측정을 적용한다는 규정 때문에 방음벽 설치를 해주지 않았던 것이다. 기차가 지나가지 않는 시간이면 고요하기 그지 없는 시골마을에서 1시간 평균치로 소음을 측정한다니 이런 탁상행정이 어디 있겠는가.

소음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유추해볼 수 있는 달걀부화 실험에서는 소음을 지속적으로 받은 유정란은 부화율이 떨어지고 많이 죽는 결과가 나왔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혹여 또다시 등가소음측정이란 잣대를 들고 수년간 청량읍 주민들을 소음 공해에 시달리게 해서는 안 된다. 울산시와 울주군은 물론, 정치권도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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