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절벽으로 침체일로를 걷던 울산동구지역의 해양사업이 되살아날 조짐이다. 현대중공업이 1년여만에 해양프로젝트를 재가동하게 됐다. 8월부터 시작되는 프로젝트는 미국 킹스키(King’s Quay) 반잠수식 원유생산설비(FPS, Floating Production System) 제작 공정이다. 현대중공업은 상부와 하부 설비 일체를 설계, 조달, 시공까지 일괄도급방식으로 제작해 미국 석유개발업체 MOC에 오는 2021년까지 인도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 해양플랜트사업부는 지난 6월에도 일감을 따냈다. 현대중공업은 현대케미칼로부터 660억원 규모 화공플랜트 설비 21기를 수주했다. 현대케미칼은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의 합작사다. 현대중공업은 현대케미칼 대산공장에 들어갈 프로판 분리기, 에틸렌·프로필렌 저장탱크 등을 제작해 2020년 말까지 순차적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이어 현대중공업은 SK건설과 270억원 규모의 잔사유 유동촉매 분해설비(RFCC) 3기를 공급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5000억원에 이르는 킹스키 프로젝트가 시작된다고 하니 주민들에게는 그보다 더 기쁜 소식이 없다. 회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근로자는 기대 보다 그리 많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일단 해양플랜트사업부에 망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는 것은 회사에도, 주민들에게도 큰 희망의 빛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양플랜트사업부의 완전한 재가동은 아직 미지수다. 일단 국내 기업으로부터 화공플랜트를 다수 수주했지만 해양플랜트사업부의 궁극적인 사업목표는 해양플랜트 수주이기 때문이다. 해양플랜트는 보통 국제유가가 60달러 이상의 안정적인 흐름을 보여야 활성화 된다. 지난 1일 OPEC(석유수출국기구) 정기총회에서 회원국들은 현재 진행 중인 ‘하루 120만배럴 감산’ 조치를 내년 3월 말까지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여기다 석유 수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 경기가 둔화 국면에 진입하면서 유가의 상승 탄력은 떨어지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경우에 대비해 기술력과 기술인력은 항상 준비돼 있어야 한다. 그 동안 조선업 불황이 길어지면서 울산의 많은 조선업 기능인력들이 떠났다. 2000여명에 이르렀던 기능인력들은 하나 둘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울산을 등졌다. 이들이 없이는 아무리 경기가 돌아와도 다시 일어설 수 없다.

동구경제가 슬럼프에서 벗어나는 길은 희망을 믿는 회사와 주민들이 스스로 경기 회복의 마중물이 되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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