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경제보복과 연계 안 한다”…日 담화문 발표 뒤 입장 변화
수출 보복 조치 맞대응 가능성 시사…美는 ‘연장 지지’

▲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곧 자동연장, 파기수순 밟을까 / 연합뉴스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조치가 취해진 가운데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연장 여부와 관련한 청와대의 입장이 ‘강공 모드’로 바뀌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일본이 추가적인 경제 보복 조치를 단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도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맞대응 카드로 쓸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애초 청와대는 다음 달 24일까지 연장 여부가 결정돼야 하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문제를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와는 별개로 여기는 분위기였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18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 간 청와대 회동에서 이 문제에 대해 “상황에 따라 재검토할 수 있다”고 한 것으로 알려지자 청와대는 ‘상황에 따라 검토해볼 수 있다’는 원론적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19일 오전에도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일본의 경제보복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이 연계돼 있는지 묻는 말에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연계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날 오후에 같은 사안을 두고 강경해진 태도를 보였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협정 파기 가능성이 검토된 적 있는가’라는 질문에 “아직 아무 결정이 내려진 적 없다”면서도 “우리는 모든 옵션을 검토한다”고 대답했다.

이 관계자는 “협정을 통해 일본과 교환하는 정보를 객관적 관점에서 질적·양적으로 살펴볼 것이고, 이 협정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들여다보겠다”면서 “이 분석을 바탕으로 우리 이익에 부합하는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의 입장 변화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날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이 징용 배상 문제를 다룰 중재위 구성에 응하지 않은 우리 정부를 상대로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내용의 담화를 내놨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고노 외무상은 이날 남관표 주일 대사를 도쿄 외무성 청사로 초치해 한국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한 중재위 구성 요구에 한국이 불응한 데 항의한 뒤 담화를 발표했다.

이 때문에 일본이 한국 정부의 대화 요구에 응하지 않은 채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며 추가적인 경제보복 조치를 취하면 청와대 역시 ‘비상카드’로서 협정의 파기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일본의 또 다른 경제보복에 이어 우리 정부가 실제로 협정 파기 수순을 밟아 긴장이 커지는 국면으로 들어가면 한일 간 갈등이 한 차원 높은 안보 갈등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 경우 동북아 지역 내 한미일 안보 협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미국 측도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연장 문제에 관심을 보이는 분위기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미국의소리(VOA) 방송의 이메일 질의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고,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며 검증 가능한 비핵화‘(FFVD)를 달성하기 위한 공동 노력에서 중요한 수단”이라며 “연장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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