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소유한 ‘행서 8곡병’ 보관하다 담보로 600만원 빌려…법정구속

남이 소유한 추사 김정희의 8폭 병풍을 팔아주겠다며 보관하던 60대가 마음대로 작품을 담보로 잡혀 돈을 빌렸다가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에서 구속됐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항소3부(이민수 부장판사)는 강모(69)씨의 횡령 등 사건 항소심에서 강씨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고 20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강씨는 2016년 4월 피해자 A(75)씨에게 “추사 김정희의 행서 8곡병(行書八曲屛)을 3억원에 팔아주겠다”고 말해 작품을 받아 보관하던 중 이를 개인 채무에 담보로 사용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행서 8곡병은 소동파의 시 ‘왕진경소장착색산’을 포함한 8수의 시를 행서로 쓴 작품이다. 행서는 추사 김정희의 서체 중 으뜸으로 꼽힌다.

2012년 해당 작품이 경매로 나왔을 때 경매 추정가는 1억2천만원∼2억원 수준이었다.

강씨는 A씨 소유 작품을 담보로 지인 B씨에게서 600만원을 빌린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A씨로부터 고미술품 3점을 더 넘겨받은 뒤 팔지도, 돌려주지도 않은 혐의(사기)를 함께 받았다.

앞서 1심은 강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으나 법정구속하지는 않았다.

강씨는 억울함을 주장하며 항소했다. 그는 김정희 작품과는 상관없이 개인적 친분으로 돈을 빌렸다고 주장했다. 고미술품 3점도 빼돌릴 의도는 없었고 정상적으로 매매 중개에 애쓰고 있었다고 항변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추사 김정희 작품과 별개로 돈을 빌렸던 것이므로 횡령이 아니라는 강씨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B씨는 “강씨에게 이미 여러 차례 돈을 빌려준 뒤 돌려받지 못하고 있던 상황이었다”고 진술했다. 이는 추사 김정희 병풍이 담보가 아니었다면 추가로 돈을 빌려줄 이유가 없다는 재판부 판단의 근거가 됐다.

반면 고미술품 3점을 빼돌렸다는 내용의 사기 혐의는 무죄로 판단해 1심을 파기하고 원심보다 형량을 4개월 감경했다.

판결이 나오자 강씨는 “너무 억울하다”며 “다음 주에 중국에서 골동품을 사겠다는 사람들이 입국할 예정인데, (이들과 거래해) 변제하겠다”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 말대로 거래가 잘 진행되면 다행이지만 도망 염려가 있어 법정구속한다”고 말했다.

법원 관계자는 강씨가 항소심에서야 구속된 이유에 대해 “재판 내용에 따라서는 1심에서 실형이 나오더라도 피고인을 바로 구속하지 않고 항소심에서 다퉈 볼 기회를 주기도 한다”며 “이후에도 피해자와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거나 피고인 주장에 큰 변화가 없으면 항소심 선고 때 형을 집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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