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기옥 울산시의회 교육위원장

지난달 울산의 전문봉사단 연합봉사활동이 동구종합사회복지관에서 있었다. 동네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힘겹게 행사장으로 가는 것을 본 필자는 손을 잡고 어르신들을 부축해 행사장에 도착했다. ‘오늘은 당신을 위한 사랑과 존경의 날’이란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자원봉사자 등 300여명이 동구 지역 어르신에게 다양한 맞춤형 전문 자원봉사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런데 행사에 참석한 어르신들이 하나둘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준비된 식사가 부족한데다 뙤약볕에 노출된 채 장시간 대기하다 보니 어르신들이 많이 힘겨웠던 것 같았다. 그래도 봉사자들의 ‘받듦과 섬김’을 생각해서라도 조금만 참으시라고 달래며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필자는 황당한 장면과 맞닥뜨리고 말았다.

회장이라는 분이 앞에 오더니 다짜고짜 “여긴 왜 왔느냐. 당장 나가라”고 언성을 높이지 않는가. 단순히 힘들어 보이는 어르신들을 부축해 행사장에 들어갔을 뿐인데 ‘초대 받지 못한 야당 시의원의 행사장 입장’이 그렇게 잘못된 일이었을까.

그것도 가던 길을 다시 돌아와 “아직도 안갔느냐. 빨리 여기서 나가라”며 언성을 높이는게 아닌가. 필자는 졸지에 이유도 모른 채 손님에 대한 예의는커녕 홀대를 넘는 문전박대를 당했다.

자원봉사는 스스로 원해서 어려운 이웃을 단순히 돕는 것이 아니라 받드는 것이다. 당연히 다른 사람의 인격을 존중하면서 도움을 줘야 한다. 자원봉사를 뜻하는 영어 volunteer에도 자유의지라는 뜻과 스스로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란 뜻이 있어 자발성과 공익성, 무보수, 지속성이 수반되는게 올바른 자세라고 한다.

울산은 전국에서 보기 드물 정도로 자원봉사자들이 많다. 단체도 많고 자선과 기부도 항상 선두라고 한다. 그러다 보니 일부 부작용도 보인다. 봉사활동보다는 단체장을 위한 사람이 있는가하면 그 날의 회장처럼 정치적인 편향을 드러내고 다른 이에게는 안하무인의 태도를 보이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봉사의 기본을 망각한 채 허명을 얻기 위한 활동가들이 많다는 제보도 있다. 그들은 봉사보다는 바뀐 시장을 위해 갑자기 태도를 돌변하기도 한다. 정치인보다 더 정치적인 사람들이다. 이들은 ‘쌀독의 뉘’처럼 골라내야 할 대상이다. 그들은 조직을 헝클어 놓고 성실하고 헌신적인 봉사자들을 지치게 만들어 지속적인 자원봉사를 못하게 만든다.

필자는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현장의 어려움을 이해하는 한편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 장본인은 늘 복지현장의 직원들을 두렵게 만들며 단체장에 대한 지나친 저자세를 보이며 정치적 이용을 하는 사례가 많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한다. 더욱이 그 단체가 소속된 자원봉사센터의 이사장은 지난해 지방선거가 끝나고 임기가 2년 이상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돌연 현 시장의 선거 공신으로 바뀌었고, 센터장은 시장의 선거본부장 가족이며 별정직 공무원 신분으로 월 수백만원의 보수를 받는다고 한다.

자원봉사활동은 특정 정치활동, 영리활동 및 특정 종교의 선교활동을 배제하고 수혜자의 인격이 항상 존중되어야 하고 금전적 보상은 없다고 알려져 있는데 말이다.

그래도 그 날의 수모로 시의원으로서 적은 소득도 얻었다. 누가 왜, 무슨 목적으로 봉사단체의 장을 맡았는지 단체별 지원되는 수천만원의 시 보조금은 어떻게 쓰이는지, 진정한 봉사자들을 위한 것인지, 선거 보은 인사로 자리를 꿰찬 특정인의 유전 봉사자를 위한 것인지를 시의원으로서 더욱 꼼꼼히 챙겨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시민의 혈세가 제대로 사용되는지를 알고 감시하는 것은 시의원의 기본 책무이기 때문이다.

다만, 자신이 가진 것을 줄 수 있고 누군가와 나누고 싶어 하는 자원봉사자들. 그 ‘축복받은 사람’을 부러워하고 존경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는 행복을 전파하는 사람들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천기옥 울산시의회 교육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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