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왕수 정치부 기자

계파와 관련해 언론에 주로 오르내리는 정당은 자유한국당이다. 지난 2006년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나타난 친이­친박간 갈등이 지금은 친박­비박 갈등으로 변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이후 혁신과 쇄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해묵은 계파갈등으로 지지율이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당 계파갈등의 대표적 사례는 20대 국회 후반기 예결위원장을 다시 선출하는 과정, 그리고 여의도연구원장의 국회 위원장 겸직에 대한 이의 제기 등이다. 정부예산안 심사에 있어 막강한 권한을 가지는 예결위원장이나 정책개발뿐 아니라 여론조사 데이터를 제공하는 기관의 수장인 여의도연구원장 모두 내년 총선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보니 친박 또는 비박이 맡느냐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계파갈등이 현역 의원들의 임기 연장을 위한 자리다툼으로 비춰지는 경향도 있다보니 이들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피로감은 높아지게 되고, 한국당의 지지율도 수개월째 20~30%에 머물게하는 결과를 낳지 않았을까.

수면위로 드러나봤자 좋을게 없는 계파갈등이 울산시의회에서도 조금씩 표출되고 있다. 한국당이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다. 시의회 다수당인 민주당은 황세영 의장과 친한 A그룹과 그렇지 않은 B그룹으로 이분화되는 분위기다. 각자의 성향이나 코드에 따라 그룹이 나눠질 수 있지만 의회 내 권력, 즉 차기 의장 자리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도 있다보니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최근 민주당 시의원단이 2기 원내대표를 선출하려 했지만 하필 후반기 의장으로 거론되는 A그룹측 1명과 B그룹측 1명이 관심을 보이며 세대결 양상을 띄다가 결국 원내대표 자리를 없애는 해프닝이 있었다. 얼마 전 2기 예결특위를 구성하는 과정에서도 A그룹측과 B그룹측의 의견이 부딪혔다. 당시 예결특위 구성안은 A그룹측과 한국당이 같은 결정을 해 가결(찬성 14명, 반대 5명, 기권 3명)됐다. 반대 또는 기권 의원은 B그룹으로 볼 수 있다. 만약 이날 한국당이 B그룹의 손을 잡아줬다면 찬성 9명, 반대 10명으로 결과가 뒤집혔을 것이다. 현재 A그룹과 B그룹 사이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는 한국당의 몸값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사람 사는 곳이라면 당연히 계파가 존재한다. 각 계파간 지향점이나 구심점이 다르지만 적절히 활용을 하면 다양성을 넓힐 수 있고 절대권력을 견제하는 역할에도 충실할 수 있다. 지방의원의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는 주민들과 가장 근접한 곳에서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다. 여기에는 계파가 전혀 필요하지 않다. 얼마 전 민주당 시의원단은 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일본의 반도체 부품 수출 규제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수출 규제가 장기화되고 규제 품목이 확대되면 당장 시민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이날은 그룹 관계없이 다함께 참석해 한 목소리로 일본을 규탄했다. 한국당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계파갈등이 표면으로 드러나서 좋을게 없다. 그렇다고 묻어둬라는 의미도 아니다. 주민을 가장 우선시하는 결정을 하는 시의회, 시의회 대표이면서 민주당 시의원단의 대표이기도 한 황세영 의장 역시 갈등을 중재하는 역할에 더욱 충실하면 시민을 위하는 진정한 의회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이왕수 정치부 기자 wsle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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