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인수는 우리가 여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우리의 생존을 위해, 나아가 한국 조선산업의 공멸을 막기 위한 것입니다.”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은 22일 중복을 맞아 그룹 관계사 전체 임직원 가족에게 편지를 보냈다.

이날 권오갑 부회장은 지난 10여년간 어려운 경영환경에 따라 진행한 감원과 자산 매각, 핵심사업을 중심으로 한 사업재편과 사업분할 등을 언급하며 “이 모든 것은 회사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이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울산지법은 현대중공업이 노조와 노조 간부를 상대로 제기한 재산 압류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사측은 물적분할을 다루는 임시주총을 앞두고 노조가 지난 5월27일부터 주총 당일인 31일까지 5일 동안 주총장인 동구 한마음회관을 불법 점거하고 회사 기물 등을 파손하는 등 30억원의 재산 피해를 입혔다며 노조와 노조 간부들을 상대로 재산 압류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앞서 울산지법은 주주총회장을 점거하고 주주 및 회사 임직원들의 출입을 막은 현대중공업 노조 등에게 1억5000만원을 회사에 지급하라고 결정한 바 있다. 불법행위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경고나 마찬가지다.

이 와중에 현대중공업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핵심 절차인 해외 기업결합 신청 절차를 공식 개시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한국 공정위를 비롯해 유럽연합(EU)과 일본, 중국, 카자흐스탄 등 5개 심사 대상국을 확정했으며, 이 가운데 중국에서 처음으로 해외 심사 절차를 개시했다. 본격적으로 기업결합 작업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지금 한국과 일본은 운명을 건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 지금은 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일본의 경제보복이 전개되고 있지만 언제 어디까지 확전될지 알 수 없다. 특히 우리나라는 지금 조선산업의 부흥을 위한 건곤일척의 한판승부가 조만간 벌어질 예정이다.

이런 살얼음판 같은 형국에서 현대중공업 노사가 극심한 불협화음을 내고 있는 것은 극히 우려스런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울산은 안 그래도 노동자들이 떠나고 있는 판국이다.

노와 사는 모두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으면서도 동상이몽을 갖고 있다. 생존을 위해, 조선산업의 공멸을 막기 위해 노조는 투쟁을 하고 회사는 인수작업을 강행하고 있다. 과연 어느 쪽이 맞는지 두고 보면 알 일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불법행위에 의존해서 모든 일을 풀려는 시도는 포기해야 한다. 그것이 노조의 생존을 위한 길이고 회사를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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