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하고 곧게 자라 목재로 제격
양봉·비료 등 다양한 역할도 수행
산불지역 조림용 나무로 재고 필요

▲ 윤석 전 울산생명의숲 사무국장

‘아카시아는 베어낼수록 더 번지니 큰일이다’면서 어떻게 없앨 수 있냐고 묻는다. “자르지 않고 그대로 두면 됩니다.”

그런데 “그 나무가 돈을 벌어다 주는 나무입니다”라고 이야기해주면 믿지 않으려고 한다.

‘아카시아’라고 부르는 아까시나무 이름부터 제대로 불러줘야겠다. ‘동구밖 아카시아꽃…’으로 잘 알려진 동요로부터 시작된 이 꽃은 ‘군 제대 시기’를 알려주기도 하고 ‘잎을 따면서 사랑을 점치기’도 하는 추억 속 향기를 가진 나무다. 이 때부터 ‘아카시아’라고 알려졌다고 한다.

원래 고향이 북아메리카 애팔래치아산맥 따뜻한 곳에 자라는 나무다. 열대지방의 가시가 없는 ‘아카시아’가 있다. 학명에는 가짜아카시아인데 ‘아까시아나무’라고 했으나 이름을 잘 불러주지 않아 다시 ‘아까시나무’로 바꾸었다고 한다. 타향살이 나무 이름을 제대로 찾아줬으면 한다.

북아메리카 고향인 이 나무를 1880년대 일본사람들이 인천항을 통해서 갖고 들어오다보니 오해가 생겼다. 6·25를 겪으면서 황폐해진 땅에 콩과식물인 아까시나무를 심었다. 흙이 흘러내리는 언덕 같은 곳에 사방역할을 했다. 뿌리를 통해 질소를 고정시키기까지 한다. 1㏊(3025평)당 100~200㎏ 가량 질소비료를 뿌리는 효과를 낸다.

그런데 이 나무는 다른 나무가 침범해 들어오면 자신들이 물러나야 하기 때문에 뿌리를 뻗어서 다른 나무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았다.

뿌리를 통해 방어를 하고 있다. 이를 타감작용이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아까시나무의 생존전략을 몰랐다. 아까시나무는 씨로 번식도 하지만 아까시나무 숲은 타감작용으로 인해 햇볕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나무수명은 40년으로 짧다. 대략 30년 정도 되면 스스로 넘어진다. 큰 나무가 넘어지면 햇볕이 들어오는 틈이 생긴다. 이때 새로운 개체를 뿌리에서 만들어낸다. 뿌리에서 올라온 순들을 많이 내서 종족을 유지 번창시켰다. 어린나무들은 토끼나 염소 등 자기 잎을 뜯어먹으러 오는 동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어릴수록 굵은 가시를 낸다. 한 가지 자르면 2~3개 새순이 나온다. 굵은 가시가 달려 독한 나무라고 오해를 한다. 나무뿌리가 야산의 조상 산소로까지 뻗는다 하여 나쁜 나무로 생각하게 되었다. 일본이 가져온 나무인데다 조상산소까지 위협하는 존재로 오해가 많았다.

아까시나무는 곧게 자란다. 황폐화된 숲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특히, 불이 난 산을 빠르게 점령하는 나무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불에도 강하다고 할 수 있겠다.

목재는 톱으로 자르기 힘들 정도로 단단하다. 선박, 철도침목으로 사용되며 무늬가 있는 목재로도 인기가 있다. 최근 목재로 만든 친환경 어린이 놀이터에 기둥으로 사용되는 목재가 아까시나무다. 수령 15년생 정도가 사용된다. 우리나라 생산목재가 없어 지금은 대부분 수입을 한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난 아까시나무를 그대로 두면 곧게 뻗어 올라가서 목재로 자란다. 투자하지 않고 얻을 수 있는 목재라고 할 수 있겠다.

무엇보다 아까시나무하면 5~6월에 포도송이처럼 피는 향기로운 꽃과 꿀이다. 꽃을 튀겨도 먹지만 꿀을 생산한다. 최근에 참나무를 비롯한 활엽수들이 번성하면서 자리를 많이 내줬다.

지난 2005년 즈음에는 아까시잎혹파리로 인해 잎이 누렇게 변하면서 고사한 나무들이 많아 양봉하는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양봉업자들은 1년에 두 번 이동해서 꿀을 땄다. 강원도와 울산의 꽃 피는 시기가 한 달 정도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1, 2주 차이로 피어버린다고 한다. 꿀 대부분이 아까시나무꿀인데 양봉산업이 어렵다고 한다.

이처럼 저절로 난 나무에서 꿀과 사료, 목재 생산도 가능한 나무가 이 나무다. 나쁘다고 없애기만 할 것이냐, 일정 부분 다시 심을 것이냐? 특히 강원도 산불 지역에 나는 아까시나무를 베어내고 다른 나무로 조림할 것이냐? 울산 산불 피해지의 아까시나무를 다시 봐야 한다. 윤석 전 울산생명의숲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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