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수도 울산의 지난 반세기 여성史의 눈으로 돌아보다

 

남성중심 공업도시 특성상
뒷순위에 머물던 울산여성
시대적 상황과 활약상 등
편안한 구어체로 기술해

7월 첫 주는 국가가 정한 양성평등주간이다. 기념주간은 끝났지만, 관련 행사는 울산 곳곳에서 7월 한달 간 이어진다. 때마침 울산여성가족개발원(원장 이미영)이 산업수도 울산의 지난 반세기를 여성사(史)의 시각에서 되돌아보는 구술집을 펴냈다.

책 제목은 <울산여성 다시 봄>이다. 여성가족개발원이 지난해 시작한 ‘울산여성사 아카이브 구축사업’의 첫 결과물이다. 사업의 취지는 울산 근대사의 흐름 속에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문화예술적 활동을 대변하는 여성을 찾아 가 그들 삶의 발자취를 복원하고 그들 활동의 의미를 기록으로 남겨 이 시대 모든 시민들과 공유하자는 것이었다.

책 내용은 남성중심 중화학공업으로 성장의 기틀을 마련했던 도시의 특성상 늘 뒷순위에 머물던 울산 여성과 그들이 살아 온 시대적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줄기차게 이어 온 그들의 활약상을 편안한 구어체로 기술하고 있다.

책 속에는 모두 여덟 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늙어도 물에서는 아직도 내가 일등이야.”(정자 해녀·유순자)

“일할수록 천직처럼 느껴지더라고.”(현대중공업 용접 기원·송순이)

“명장의 사명으로 살아온 인생.”(대한민국 전통장례꽃장식 명장·이윤희)

“어딜가도 눈물이 났어. 힘들어도 살아야 했어.”(베트남 이주여성·양월계)

“엄마, 먹향, 글씨, 제자들. 내 삶의 희망이었다.”(한글서예가·김숙례)

“그게 참 아쉬운거야. 엄마노릇 못한 거.”(이화약국 대표·김춘숙)

“봉사와 교육, 참된 위로가 되고 싶었지.”(한국호스피스협회 울산지회장·이태숙)

“삶은 매일 피는 꽃을 닮았다.”(한국불교호스피스협회 대표·능행스님)

여성가족개발원은 울산여성사 아카이브의 첫 장에 등장할 이들 주인공을 확정하기까지 수차례의 전문가 자문과 신문기사, 선행연구서를 검토했다. 또한 구술채록과 편집에는 지역사 연구자, 타시도 여성가족연구기관 연구원, 박물관 및 문화원 관계자의 도움도 받았다.

울산여성가족개발원은 “단편적으로는 개인의 생애사지만, 한분 한분의 말씀을 모아 구술집을 만들어보니 공업도시 울산에서 자신만의 전문성을 갖고 지속적 활동을 해 온 울산여성들의 역사가 됐다”며 “이제 겨우 첫 시도지만, 울산여성의 진정한 정체성을 찾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지속해야 할 과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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