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도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됐다. 과거에는 폭염이 큰 재난이 아니었으나 지금은 수많은 인명 피해를 초래하는 재앙이 됐다. 특히 지난해 여름은 기록적인 폭염으로 시민들이 수난을 당했던 시기였다. 지난해 울산은 평균 폭염일수가 31.9일로 1973년 기상 통계작성 이후 가장 많았고 열대야는 14.3일로 1994년 이후 두 번째로 많았다. 올해도 폭염과 열대야가 평년보다 많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최근 3년간 울산은 하루 최고기온이 33℃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발령되는 폭염특보 발령일수를 조사한 결과 2016년 24일, 2017년 26일, 지난해 39일로 매년 큰 폭으로 증가했다. 폭염 발생 시기도 매년 빨라져 지난 2017년에는 5월30일, 2018년에는 6월24일, 올해는 5월23일로 한 달 정도 앞당겨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23일 울산지역은 아침 최저기온 25.2℃를 기록해 열대야 현상이 발생했다. 지난해에 비해 올해는 첫 열대야가 10일 정도 늦게 발생했다. 지난해 첫 열대야는 7월12일이었다.

폭염은 매년 어김없이 오고 수많은 피해가 발생한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당하는 폭염의 시대는 지났다. 최신의 장비와 시설, 과학적인 기후조절 등은 충분히 폭염이라는 재난을 이기게 해준다.

울산시는 올해 49곳의 무더위 쉼터를 추가로 지정해 총 623곳을 운영하고 있고, 혼자 사는 노인 등 취약계층의 집중관리를 위해 재난도우미를 운영하고 있다. 또 지역 곳곳에 그늘막 80곳, 쿨루프 75곳, 쿨링포그 1곳 등 폭염저감시설을 새로 설치했다. 최근 버스정류장에 가보면 처마끝에서 시원한 물방울이 뿜어져 나오면서 버스를 기다리는 승객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남구 무거동 신복로터리에는 에어컨이 가동되는 실내 대기소가 마련돼 노약자들을 시원하게 해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염은 첨단 시설과 장비로 완벽하게 막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폭염으로 인해 열사병으로 숨지거나 심장병과 호흡기 질환이 악화돼 사망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사회적 취약계층이다. 뜨거운 여름에도 쉬지 않고 일해야 하는 농촌 노인, 열악한 환경의 도시 노동자, 에어컨이나 창문도 없는 방에서 홀로 지내야 하는 독거노인들…. 이들은 첨단의 시설과 장비가 아니라 이웃의 세심하고 빈틈없는 보살핌이 더 필요한 사람들이다.

모처럼의 여름휴가와 여행도 좋지만 한번 쯤은 홀로 남겨진 노약자와 환자들의 힘겨운 여름나기를 되돌아 볼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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