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정찬 서부초 교사

수업에 필요한 학습 자료를 검색하다가 시선을 끄는 영화 디태치먼트 포스터를 보게 되었다. 한 교사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고, 심드렁한 자세의 학생들이 그의 말을 듣고 있는 장면이었다. 그 장면이 내가 하는 일을 설명해주는 것만 같아 영화를 찾아보았다.

영화의 제목인 디태치먼트(detachment)의 사전적 의미는 ‘거리를 둠’ 이다.

영화는 한 남자의 독백으로 시작된다. 주인공은 한 학교에 부임한 기간제 교사이다. 그는 치매를 겪는 할아버지를 요양병원에 모시고 있으며, 작은 방에 혼자서 살고 있다. 영화의 처음은 그가 학교에 가는 첫날, 여기저기를 비추며 그 남자가 어떻게 첫 수업을 여는지 보여준다. 이미 수업에 관심 없는 아이들, 학생들에게 유린당하는 교사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에 그려진 학교가 심각한 교실붕괴를 겪고 있음을 암시한다.

첫 수업, 아이들은 기선제압이라도 하려는 듯 주인공을 위협하고 분노하고 겁을 주려 한다. 그는 이 상황을 이미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차분하게 내 수업에서는 한 가지 원칙이 있다고 말한다. 그 원칙은 ‘싫으면 나가도 된다는 것’ 그리고 종이가 없다며 화를 내면서 다가오는 학생에게는 눈을 마주치며 그런 방법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매우 침착하게 이야기하고 다시 앉힌다. 교실에서 그는 위기일발의 상황을 아주 능숙하게 처리한다.

하지만 곧이어 180도 다른 모습으로 사람을 대하는 학교 밖의 그를 볼 수 있다. 간호사에게 심한 분노를 보이며 화를 내는 그의 모습은 마치 학생들에게 받은 상처를 갚으려고 하는 것으로 보였다. 학교에서 그는 매우 모범적으로 자신에게 으르렁거리는 학생들을 잘 대하는 어른이었지만 학교 밖에서는 학생과 같은 충동적인 모습을 보이고 만다. 이는 그의 내면에는 교실 속 자신을 향한 공격과 억압이 상처로 남았다는 것 아닐까?

이 영화가 좋았던 이유는 교사를 마치 모든 일에 통달한 사람으로 그려내지도 성숙한 어른으로 만들지도 않았다는 점 때문이다. 영화는 교사와 학생을 모두 같은 눈높이에서 비추고, 그들의 상처와 내면을 드러내 보이면서 이야기를 이어간다.

교사란 직업은 늘 사람이라는 학생과 함께하는 일이다. 학생과 교사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그 관계 속에서 그들은 좋은 영향을 주고받고, 때로는 힘을 북돋아 주기도 하지만 이따금 상처와 생채기를 내기도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흔히 그렇듯 말이다. 학생들은 그 상처를 보듬고 관심을 줄 부모님, 선생님과 같은 보호자가 있다. 친구로 인해 힘들거나 상처를 받았다면 그 어려움을 토로할 권리가 있고 이를 같이 해결해 줄 어른들이 곁에 있다. 많은 교사는 이런 학생의 마음을 보듬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애쓴다.

반면에 교사에게는 그런 존재들이 없다. 특히, 학생들과의 사이에서 상처받고 힘들어하는 교사에게는 더욱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도와줄 대상이 없다. 교사는 어른이고, 그러한 관계를 잘 다루는 전문가여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히려 그런 상처를 내보였을 때, 대게 주변의 반응은 ‘무능력’ ‘한심함’ 등의 핀잔과 같은 차가운 반응뿐이다. 결국, 교사는 자신의 삶에서 그런 부분을 자체적으로 소화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선생님이 영화 속 주인공처럼 상처를 받지 않으려 학생들로부터 거리를 두는 모습으로 변한다.

주인공 헨리는 흐느끼며 고백한다. 나는 아이들 앞에서 텅 비어 있었다고……. 소정찬 서부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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