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능인 사회적기업 미담장학회 대표

일본과의 외교·경제 문제와 관련하여 하루가 다르게 정세가 급변하고 있는데 23일에는 중국, 러시아 군용기가 동시에 한국방공식별구역에 무단 진입했다고 한다. 심지어 러시아 군용기는 독도 인근 영공을 침범해 우리 전투기가 경고 사격까지 했다고 한다.

북한, 일본부터 중국, 러시아까지 상대해야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면 구한말 대한제국이 떠오른다. 힘의 논리로 움직이는 국제 정세를 읽지 못하고 쇄국정책으로 일관했던 조선-대한제국은 세계무대에서 철저히 고립되었고 결국 일본에 나라를 빼앗기고 말았다. 당시 일제의 공격에 신변의 위협을 느낀 고종이 러시아 공관으로 거처를 옮긴 사건(아관파천) 등 황당한 일들이 연속되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외세에 의존해보려 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외세는 정의나 명분이 아닌 힘의 논리에 순응하고 말았다.

북한에서는 계속 목선이 내려오고 있다. 그런데 우리 군인들은 초병 근무를 서다가 음료수를 사러갔고 거동수상자로 오해받아 도망쳤다. 군에서는 거동수상자가 잡히지 않으니 장교가 말년 병장보고 허위 자백까지 권유했다 발각되는 촌극이 벌어졌다.

일본에서는 계속 경제 보복을 하고 있다. 일본이 수출 규제를 하는 핵심 품목들은 우리나라에 비해 재화·서비스 단위별 기회비용이 낮은 ‘비교우위’(물론 절대우위도 가지고 있음)를 가진 제품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경제를 책임지는 사람들은 ‘비교우위’와 ‘절대우위’도 구분하지 못하고 모든 제품을 무조건 우리가 직접 만들면 된다고 외치고 있다. 모든 제품과 서비스에서 ‘절대우위’를 갖추는 것을 가능하지도 않고, 그렇게 직접 다 만드는 경제를 국제적 분업에서 낙오된 ‘원시경제’ 또는 ‘폐쇄경제’라고 부른다. 북한은 ‘자력갱생’이라고 불렀던가?

중국, 러시아는 한미일 안보 동맹의 균열을 만들기 위해 혈안이다. 특히 이번 러시아 군용기의 독도 도발은 한미일 안보동맹의 균열을 비웃는 지능적 도발이다.

외교가 길을 잃으면 국제무대 속에서 대한민국의 목소리는 공허해진다. 구한말 을사늑약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국제 사회에 목소리를 전하러 간 ‘헤이그 특사’의 목소리는 유럽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고 대서양에 메아리칠 뿐이었다.

최근 대한민국 외교(펜)와 안보(칼)를 보면 펜과 칼의 용처가 뒤바뀌었다는 생각이 든다.

외교 당국은 일본 경제 보복 등 첨예한 외교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나 방글라데시 등과의 외교에 집중하고 있다. 물론 대한민국의 외교관이 아프리카나 방글라데시에서 상대적으로 융숭한 대접을 받을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외교관이 융숭한 대접을 받는 동안 대한민국 국민은 경제적으로 소외되고 국제적으로 냉대를 받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에 비해 안보를 담당해야할 군 당국은 병 상호간 가혹행위, 거동수상자 사건 등으로 뒤숭숭하다.

외교(펜)이 있어야 할 곳에 ‘죽창’을 들자는 주장이 서 있고, 안보(칼)이 있어야 할 곳에 탁상공론과 점진적 무장해제가 있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말이 있다. 여러 상황에 적용될 수 있는 격언이겠지만 방향 잃고 헤매고 있는 우리나라의 외교·안보 현장에 꼭 필요한 말이 아닌가 한다. 장능인 사회적기업 미담장학회 대표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