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울산공원묘지 순환도로 건설공사가 시작되었다. 2006년 준공될 이 도로는 하필이면 여천천 발원지와 습지를 관통한다. 옥동의 삼호산 파라골 저수지에서 발원하여 인근의 계곡물과 합류하여 형성된 이 습지는 북방산개구리를 비롯한 도룡뇽, 너구리, 다슬기, 부들, 골풀 등의 서식처가 되고 있다. 여천천 발원지의 1급수를 만들어 내는 원천이기도 한다. 이와 관련, 공사중단을 요구하는 환경단체와 공사강행을 주장하는 남구청과의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20세기 한국의 패러다임이 "경제개발"이었다면 21세기 패러다임은 "삶의 질"이다. 풍요로운 삶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개발의 논리도 변화 되어야 한다. "지속 가능한 개발", 즉 생물의 다양성을 유지하면서 기후변화나 생태 변화를 최소화하고 미래에도 이용하고 개발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도심 하천의 발원지나 습지가 얼마나 중요한 지에 대해서도 다시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습지(wetland) 또는 습원(moor, bog)은 생물에게 다양한 서식환경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경관적 또는 수원확보 등의 환경보전적 기능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순환도로 공사는 중단돼야

습지의 중요성과 가치에 대한 인식이 널리 확대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1971년2월, 이란의 람사에서 이루어진 습지보호에 관한 협약(람사협약, Ramsar Convention)이 채택되면서 부터이다.

 습지는 다양한 생물학적, 화학적 물질의 원천이고 유전자 자원의 저장고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자연현상 및 인간활동에서 유래하는 물질을 받아들여 생물지, 화학적 수문학적인 물질순환이 이루어지는 "지구의 콩팥"에 비유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습지가 경제적 문화적, 경관적 및 생물학적 보고라는 중요한 자원임을 고려할때 어떤 형태의 습지이든지 훼손 및 멸실은 인간과 자연공동체의 상실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렇듯 어려운 말을 동원하지 않더라도 일년에 설날과 추석 명절 등 특정시점에 주로 이용될 울산공원묘원의 순환도로를 개설하기 위해 도심속 자연의 보고이자 친환경적 공원이 될수 있는 여천천의 발원지와 습지를 훼손한다는 것을 옳지 않다. 선형변경 또는 우회도로의 개설 등 여러가지 대안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후손에 대한 미필적 고의 범죄

20여년 전에 입안된 도시계획도로이기 때문에 공사를 강행할 수밖에 없다던가, 구청의 예산이 아닌 울산공원묘원측에서 공사를 완료하여 기부체납하기 때문에 공사를 진행시켜야 한다는 논리는 구차스럽기 하다. 여천천 발원지와 습지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자원의 보고이다. 한번 파괴되면 회복이 불가능 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도시의 복개된 하천도로를 뜯어내고 자연형 하천으로 만드는 예를 선진국의 사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수도인 서울에서 조차 "청계천 생태복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여천천은 울산의 대표적인 생태하천 복원이라는 명제를 안고 마스트 플랜이 준비되고 있어 도시개발과 환경보전이라는 이분법적 시각으로 볼 문제가 아니라 좀더 심사숙고해야 할 울산의 미래에 대한 문제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우선 공사를 중단하고 습지에 대한 환경단체와 전문가들로 조사단을 구성하고 습지에 대한 조사를 해야하며 충분한 공론의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21세기를 거꾸로 가려는 무조건식 개발은 우리 후세의 재산인 자연을 파괴하는 "미필적 고의"의 죄를 범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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