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서도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촉발된 불매운동은 그 동안 억눌려 왔던 일본에 대한 분노의 감정을 한꺼번에 분출시키는 촉매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불매운동은 불매운동일뿐 오랫동안 꾹꾹 눌러왔던 반일감정을 한꺼번에 터뜨리는 기폭제가 돼서는 안된다. 불매운동은 차분히, 목표를 향해서 꾸준히 해야 한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불매운동은 더 깊고 차갑고 매몰차다.

그러나 지금 정치권은 불매운동 조차 정치의 연장선에서 해석하고 있다. 페이스북이나 유튜브를 살펴보면 여당이나 야당이나 불매운동을 아전인수격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어떤 일부 정치인은 개인의 인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으로 이용하고 있고, 어떤 당은 내년 총선의 전략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상대편 당의 주장을 폄훼하는 방편의 하나로 불매운동을 이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불매운동은 거국적으로, 애국운동으로 번져나가야 한다. 일본의 수출규제와 경제보복은 언제 끝날지 모르고 끝난다 하더라도 언제 다시 불거질지 모른다. 그러므로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은 타이어의 바람이 빠지듯이 순식간에 꺼졌다가 다시 화가 나면 치밀어 오는 분노를 감당하지 못하는 분기탱천 스타일로 가다가는 백전백패다.

불매운동의 최우선 과제는 언젠가는 또 불어 올 한일간 경제분쟁에 대비하는 리스트 작성이다. 시민들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제품들이 일본제품인지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그 목록이 SNS를 통해 돌면서 많은 시민들이 알고 있지만 아직도 노인과 어린이들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울산의 경우 이마트 울산점의 지난 1~24일일본맥주 매출액은 전월대비 38%나 줄어들었으며, 메가마트 울산점은 지난 15~20일 이달 초(1~6일) 대비 50%나 감소했다. 롯데백화점 무인양품의 이달 1~24일 매출액은 전월대비 절반에 가까운 46%나 급감했다.

이달 초 선제적으로 일본제품 유통 및 판매를 중단한 울산지역 소상공인들의 자발적 참여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울산슈퍼마켓협동조합에 따르면 소속 조합원 250여개 점포로 시작된 ‘일본제품 판매중단 참여 슈퍼’들은 현재 울산지역 전체매장의 절반 수준으로 늘어났다.

불매운동은 조직적이고 자발적이고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행여 정치권이 불매운동에 앞장선다면 오히려 더 큰 부작용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불매운동은 그야말로 불매운동 그 자체로 순수한 마음으로 해야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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