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현주 문화부 기자

올해 정부는 출산휴가급여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아이돌봄 서비스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또 육아기에는 임금삭감 없이 근로시간을 1시간 단축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최근 울산시가 마련한 ‘시시콜콜 100인 토크’ 정책토론회에서도 저출산문제가 회자됐다. 토론회에서는 ‘일 가정 병행의 어려움’에 대해 호소한 시민이 가장 많았다.

정부나 지자체, 기업이 제시하는 저출산정책 자체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이 적지 않다. 물론 “세상 좋아졌다”는 반응도 있지만 한편으론 그 제도가 여전히 현실과는 동떨어진 정책이라는 비난도 있다. 이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은 세대, 성별, 육아경험의 유무에 따라 이렇게 다양할 것이다.

세살배기 남자 아기와 함께 하는 외출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주변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이다. 보채는 아기를 달래는 도중 밀려진 마트 카트, 식사 도중 따가운 시선, 인사 나누고 싶은 아이를 차갑게 외면하는 얼굴과 마주할 때면 저출산 극복 위한 정부의 정책이 다 무슨 소용인가 싶다.

지난 3월 아이의 어린이집 하원을 도와줄 돌봄 선생님을 만났다. 3개월이 넘도록 아이가 선생님에게 정을 붙이지 못했지만, 우리 아이 성격 때문일 것으로만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날 돌봄 선생님께서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고 있는 장면을 목격했다. 마음이 불안해 어린이집 선생님들과 주변 엄마들에게 돌봄 선생님에 대해 물었더니 아이에게 윽박지르는 일이 일상적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관리사무소에 협조를 구하고, 하원길 CCTV도 돌려 보았다. 지나가는 개미도 궁금하고, 날아가는 비행기도 구경하고 싶은데 오로지 ‘귀가’만 강요 당하며 10분이 채 안돼 금방 집에 도착했다. 3살 아기의 축 처진 두 어깨가 그렇게 안쓰러워 보일 수 없었다.

워킹맘들이 맘 놓고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지금 내 아이가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믿음이 가장 중요하다. 이 믿음은 아동수당 월 10만원, 1시간 빠른 퇴근과 같은 단발적인 지원이나 가족 구성원의 일시적인 도움, 출산율을 높여야 한다는 사회적인 강요만으로는 형성되기 어렵다. 사회 구성원 누구나가 이 세상 아이들을 사랑한다는 믿음이 이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석현주 문화부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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