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원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최윤성 울주군의회 행정복지위원장

“정부 믿고 애 낳음?” “베이비 머신이다.” “미개하다.” “자식 장사하냐.”

지난해 한 다둥이 가족의 언론 인터뷰 기사에 달린 일부 네티즌들의 댓글이 논란이 된 바 있다. 댓글에는 정부나 지자체가 저출산 극복 정책으로 다자녀 가정에 대한 복지혜택을 늘려가는 데에 대한 사회적 불만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다자녀 가정에 대한 불편한 시선은 온라인상에 그치지 않는 것 역시 현실이다.

바야흐로 초저출산 시대. 세 아이를 키우는 필자를 비롯해 다자녀를 키우는 그저 평범한 사람들을 희귀한 가정의 비범한(?) 부모로 만들고 있다.

연애, 결혼, 출산, 육아, 교육 등 현재에 이르기까지 지난 십여 년 동안 내가 겪은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들은 현재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수많은 이슈와 연관되어 있다. 가치관의 변화 등에 따른 비혼 인구 증가와 함께 결혼을 하더라도 출산을 미루거나 아이를 낳지 않는 부부가 많아져 우리 사회를 빠르게 초고령화 사회로 이끌었다.

인구 과잉을 걱정하며 둘만 낳아 잘 기르자던 범국가적 캠페인이 어릴 적 기억 속에 생생한데, 합계출산율은 매년 최저 기록을 경신하더니 급기야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운 1명 미만대로 떨어졌다. 특히 올해부터는 사망자의 수가 출생자의 수를 넘어선다고 하니 이대로 가다간 지방 소멸은 물론, 나아가 우리나라가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없어질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활동을 하는 생산연령인구 역시 2017년을 꼭짓점으로 하락세로 접어드는 등 아이를 낳는 문제는 이제 수많은 사회적 문제로 확대되어 당장에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안아야 할 부담으로 돌아가고 있다.

인구 절벽이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을 피하기 위해 정부도 오래전부터 이에 대한 준비를 해왔다. 지난 2006년부터 13년 동안 정부가 관련 정책에 투입한 예산은 무려 153조원. 지자체들도 발맞춰 출산에 대한 각종 혜택을 늘려왔다. 하지만 첫째는 얼마, 둘째는 얼마, 셋째는 얼마라는 식으로 주거나 교육, 일자리 등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근본적인 시스템은 바꾸지 않은 채 일회성 지원정책 수준이었다. 지원 측면에서 여느 지자체에 뒤처지지 않는 울주군도 그러했다. 그 결과는 2015년 1.579, 2016년 1.442, 2017년 1.312로 합계출산이 하락세를 기록하는 등 전국적인 현상과 별반 다르지 않다.

물론 단순 수치만을 갖고 예산을 허투루 썼다고는 할 수 없다. 선배 세대 때 아이를 키우는 것보다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감사할 일이지만 이는 덤일뿐이다.

각종 지원 혜택을 바라보고 결혼과 출산을 결정하는 부모가 과연 몇이나 될까. 결혼과 출산은 지극히 개인 삶의 중대한 결정이기에 정부나 지자체가 추진하던 일회성 혜택들이 그 결정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한다. 인구정책은 아이가 몇이든 간에 세상에 태어날 아이와 그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서 시작되어야 함이 옳다.

아직은 시작단계지만 울주군도 인구정책에 변화를 꾀하고 있다. 신혼부부 주거비용 지원, 산모 신생아 관리사 파견, 육아보육지원센터와 다함께돌봄센터 운영, 어린이집, 유치원, 초·중·고교 무상급식 지원 등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기까지 군민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군의 이 같은 정책 또한 비혼 인구의 결혼과 출산 결정에 어떠한 영향을 줄지는 미지수겠지만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인 셈이다. 여기에다 결혼과 출산에 대한 긍정적인 사회분위기를 만들고, 각종 특혜를 독차지하고 있다는 다자녀 가정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없앨 때 ‘인구절벽’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나 지자체의 노력도 보다 단기간 내에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다. 최윤성 울주군의회 행정복지위원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