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 ‘시조정신’ 4호로
치과·영상의학과 전문의
박환규·황인태씨 시인 등단

 

아픈 이를 치료하는 현직 의사들이 시조전문 문예지 <시조정신>을 통해 전통운율의 시조시인으로 등단했다. 진료실의 소소한 풍경과 병자의 마음을 쓰다듬는 그들의 시어가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치과전문의 박환규 원장은 매일 대하는 환자들이 겪던 고통을 뒤늦게 본인이 겪으면서 경험한 일을 제재로 사용했다. 3연 연시조에는 의사로서의 직업적 성찰과 따뜻한 인간미, 삶의 위트까지 버무려 읽는 이들 모두의 공감을 일으킨다.

‘…마침내 내게도 올 것이 왔나 보다/ 오오냐, 이겨 보자 최면을 걸어보는데/ 다 해진 짚신짝 신고 돌길 걷는 아픔이라니//체면도 늦은 나이도 훌훌벗어 내던진 날/ 어머니 무릎베고 생떼 부리던 아들되어/아파요 시리고 쑤셔요 엉엉 울고 싶은 거라’-‘치통’ 중 부분

박 원장은 “정형된 틀에 맞춰야하는 부담감 때문에 선뜻 나서기 힘들었다. 하지만 창작의 욕구가 더 쇠락하기 전에 용기를 내보았다. 앞으로 나의 맘을 표현하는데 인색하지 않으려한다”고 말했다.

▲ 박환규 원장, 황인태 원장(왼쪽부터)

또다른 주인공은 황인태 원장이다. 영상의학과 전문의인 황 원장의 작품 역시 그의 진료실과 뗄래야 뗄 수없는 내용이다. 2개의 단시조를 엮어놓은 작품에서 타자와 세상을 향해 소통을 갈구하는 마음이 읽혀진다.

‘한발짝 다가서면 두발짝 물러가는/ 까닭모를 그대 걸음 캄캄해지는 내가슴/ 그 몸에 청진기를 꽂는다 닫혀진 그속내를// 당신몸 뚫어보고 당신 마음 쏘아가며/ 보이지않는 아둠 속을 하염없이 조준한다/ 하루도 멈출 수 없는 엑스선을 들이댄다’-‘엑스선’ 전문

황 원장은 “문학도의 길을 가지못한 것에 아쉬움이 있었다. 시조를 접하며 그 매력에 빠지게됐다. 나의 경험과 정서를 담아 한 수 한 수 집중해서 쓰겠다.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시조정신> 4호(편집주간·발행인 한분옥)에서는 양명학 울산대 명예교수, 한신디아 남구문학회 부회장의 수상작도 실려있다. 한국시조대상·정지용문학상을 받은 이근배 시인의 ‘시조는 인류최초의 정형시’를 특집으로 다뤘고, ‘시조, 울산을 읊다’ 등을 통해 다수 시인의 작품을 소개한다. 홍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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