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형석 사회부 차장

올 들어 울산 뿐 아니라 전국 노동계의 가장 큰 이슈는 현대중공업 노사관계다. 지난 1월말 2018년 임단협 2차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앞두고 터진 대우조선해양 인수설을 시작으로 대우조선 인수의 일환으로 진행된 회사 물적분할(법인분할)과 임시 주주총회, 주총을 전후로 한 파업과 폭력사태, 고소·고발 및 징계, 대규모 손해배상 청구 소송 및 가압류에 이르기까지 현대중공업 노사문제는 연일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현재도 노조는 지역 시민노동단체 등과 연계해 물적분할 무효화 투쟁을 벌이는 한편 사측을 상대로 손배소와 징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등 노사갈등은 진행형이다. 회사가 지난 27일부터 여름휴가에 돌입함에 따라 노사관계는 당분간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이나, 휴가가 끝나고 나면 현대중공업은 다시 노동계 하투(夏鬪)의 중심에 설 전망이다.

현대중공업 노사 관계는 최근 몇 년 새 악화일로를 걷고 있고, 올해는 강대강 대척이 장기화되면서 그야말로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사측이 1차적으로 노조에 3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을 비롯해 점거농성 등에 참여한 조합원 1300여명에게 출근정지 등의 징계를 내리고 고소·고발도 이뤄지는 등 강경입장을 보이고 있어 임시 주총 이후 노사관계는 더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는 모양새다.

현대중공업은 1990년대 초·중반 ‘골리앗 크레인 고공 농성’과 128일간의 장기 파업 등 현대차와 함께 국내 강성 노동운동의 핵심 사업장이었다. 그러던 노조가 1995년부터 합리적인 노동운동을 내걸고 무려 19년간 무분규의 길을 걸었다. 회사 측도 이에 화답해 직원 복리 증진에 힘쓰는 등 상생의 노사관계를 구축하며 노사는 20년 가까이 밀월관계를 이어왔다.

하지만 2013년말 강성 성향의 정병모 위원장이 당선되면서 노사관계에는 균열 조짐이 일기 시작했고, 2015년 21대 노조 집행부 역시 강성 성향의 백형록 집행부가 들어서고 이듬해 12년만에 금속노조에 재가입 하면서 노사관계가 급격한 변화를 맞았다. 특히 2015년부터 불어닥친 조선업 불황 여파에 따른 구조조정과 계열사 분사에 이어 올해 대우조선 인수에 따른 법인분할을 둘러싼 갈등으로 노사관계는 최악의 상황까지 치달았다.

19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 타결을 이뤄내며 노사상생의 대표적 사업장이었던 현대중공업의 노사관계가 최근 몇 년 새 왜 이지경까지 오게 된 것일까. 조선업 불황 여파에 따른 경영 정상화와 이에 따른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조와 회사가 대립할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올해 노사가 사사건건 마찰을 빚고 서로를 향해 날선 공격을 하는 갈등 구도는 근본적으로 노사 모두 상대를 크게 불신하고 있다는 점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양측 모두 연일 여론전을 통해 상대를 비방하고 약점을 들추고 있으나 이들을 바라보는 지역사회의 시선은 싸늘하다.

조선업 불황 여파로 울산지역 경제도 몇 년 새 크게 휘청거리며 산업수도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울산경제는 물론 한국 조선업이 부활하기 위해서는 조선업계 맏형 현대중공업이 살아나야 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를 위해서는 노사가 현재의 대립구도에서 탈피하지 않으면 안되며, 결국 무너진 신뢰부터 회복해야 한다. 차형석 사회부 차장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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