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손잡고 맞춤형 기업 유치해
우수 인력 양성과 인프라 확충 필요
기업환경 좋으면 투자는 자연 따라와

▲ 하인성 울산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지난 6월12일, 기술 강소기업 허브화를 위한 기술강소기업 투자유치 설명회가 서울에서 개최됐다. 울산시정 10대 핵심과제로 기술력이 우수한 기업을 울산으로 이전시키기 위해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그간 울산은 과거 중앙정부 주도의 경제개발 계획에 힘입어 자동차, 조선, 화학 등의 기간산업이 호황을 이루며 급속한 경제발전과 도시팽창 및 인구증가로 광역시로 승격했다. 하지만, 이러한 발전 속에 고착화된 수직적인 원·하청구조로 중소기업은 대기업만을 바라보며 생존하였고, 이런 기업생태계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자발적인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또한 지역의 기관들도 작지만 기술력이 우수한 스타트업의 육성과 완제품 생산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독창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강소기업의 육성과 유치에 소극적이었다.

최근 장기간 지속된 조선, 자동차업계의 불황으로 지역 제조업 취업자수는 38개월째 줄고 있다. 수출과 경제성장률도 울산지역 경제 전 분야에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의 산업수도라 자부하며 사람과 기업이 몰리던 도시가 대내외적인 요인은 있겠지만 이제는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타지역과 제로섬게임을 해야 하는 형국이 되었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투자유치위원회가 구성되고 기업 및 투자유치 등에 관한 조례와 시행규칙을 개정하는 등 울산시와 시의회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노력을 하고 있고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사족일지는 모르겠으나 성공을 위해서는 관련 기관의 상호협력이 필요하며 특히 대기업의 참여가 절대적이라는 전제하에 몇 가지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효과적인 기업 투자유치를 위해 대기업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울산에는 타시도에서 부러워할 정도로 현대중공업(조선), 현대자동차(자동차), SK·에쓰오일(석유·정밀화학), 고려아연(비철금속) 등 대기업이 꽤 있다. 지역 대기업과 협의를 거쳐 투자유치 설명회를 공동개최한다면 지금보다는 성과가 좋지 않을까 전망해 본다. 왜냐하면 대기업 계열사를 비롯한 관련 협력사와 울산 이전을 고려하고 있는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대-중소기업간, 기업-지자체간 상생협력의 모델이지 않을까? 둘째, 주력산업 변화 및 신산업 등장에 따른 맞춤형 기업을 유치해야 한다. 자율주행차, 스마트선박 등 기존 주력산업이 변화하고, 신산업 등장에 따른 새로운 성장동력의 발굴과 AI, 빅데이터 등 기반 기술의 트렌드 전환에 대처하는게 필요하다. 지역 주력산업의 제조혁신을 이루기 위해 자동차, 선박 제조에 접목될 수 있는 IT업체를 유치하고 새로운 주력산업(수소산업, 3D프린팅 등) 로드맵을 마련하여 관련 업체가 이전할 수 있는 유인책으로 활용하여야 할 것이다.

셋째, 우수한 인력양성 프로그램과 인프라 확충을 위한 중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이 필요하다. 울산에는 대학이 5개로 인근 지역인 부산(24개), 대구·경북(50개)에 비해 양적·질적으로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연구개발은 수도권에서 하고 울산이 생산기지로 전락하지 않게 하려면, 우수 인재의 지역 내 자체 양성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울산형 열린시민대학’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기업에서 필요한 생산인력의 원활한 공급도 중요하지만 연구개발에 필요한 전문인력의 양성도 요구된다.

과거, 중앙정부 주도로 주력산업을 육성했던 것처럼 이젠 지방정부 주도로 미래를 내다보고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갖춰주면 기업은 자연적으로 울산으로 몰려 올 것이라 확신한다.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기업 투자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울산도 ‘산업수도 울산’이라는 과거의 영광을 잠시 내려놓고 다양한 유인책을 제시하여 기업이 찾아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다행히 울산은 아직 많은 기회가 있다. 지역 내 많은 대기업, 전국 평균을 웃도는 재정자립도 등 타 지역에 비해 기업을 유치할 수 있는 이점이 많다. 하인성 울산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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