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논설위원

조선시대나 요즘이나 폭염을 이길 장사는 없다. 공부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계곡에 침잠하고 싶은 계절이 바로 지금이다.

울산은 지난 주말부터 현대중공업 등 대기업 근로자들이 모두 휴가에 들어가 도심은 그야말로 공동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열심히 일한 그대, 떠나라!

휴가(休暇)의 ‘쉴 휴(休)’자는 사람인 변(人)에 나무 목(木)자가 합해져서 만들어진 글자다. 사람이 나무에 기대어 쉬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광고 카피나 TV프로그램에도 ‘휴~’를 자주 인용한다.

휴식(休息)에서의 ‘息(식)’은 ‘숨 쉬다’ ‘호흡하다’ ‘쉬다’라는 뜻이다. 自(스스로 자)자와 心(마음 심)자가 결합한 형태다. 여기서 ‘自’자는 사람의 코를 그린 것인데, 호흡은 공기가 코를 통해 몸속으로 들어가는 과정을 말한다. 息자는 코(自)와 심장(心)을 함께 그려 ‘숨쉬다’라는 뜻을 표현하고 있다.

휴가를 유럽에서는 바캉스라고 표현한다. 바캉스(vacance)는 해방, 해제, 면제라는 라틴어 ‘바카티오(vacatio)’에서 유래했다. 바카티오(vacatio)는 정신적·육체적 자질 향상을 위해 학생·교사·군인·법관 등에게 주어지던 긴 휴가였다.

▲ 작천정 물놀이.

그러던 것이 1936년 6월20일 프랑스 국회에서 세계 최초의 유급휴가 제도가 통과되면서 정식 바캉스로 탄생됐다. 1936년 6월 이전에는 바캉스란 귀족들만의 전유물이었다.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하던 그해 여름 8월 프랑스의 수많은 노동자들은 말 그대로 바캉스를 떠나기 시작했는데, 때마침 프랑스 철도청이 기차표 할인행사를 함으로써 열차의 바캉스 행렬은 그야말로 폭발했다.

조선에도 여름철 휴가가 있었다. 이름하여 사가독서(賜暇讀書)라는 제도. 휴가를 하사하되 독서를 하라는 뜻이다. 세종은 집현전 학사였던 신숙주, 성삼문 등에게 사가독서 휴가를 주어 지금의 은평구에 있는 진관사(津寬寺)에서 책을 읽게 했다는 기록이 있다. 성종은 용산의 빈 사찰을 수리해 독서당(讀書堂)이란 편액을 내리고 젊은 인재들에게 사가독서를 줘 삼강령 팔조목을 익히도록 했다.

영국에는 ‘셰익스피어 휴가’가 있다. 빅토리아 여왕 시절 고위 신하들에게 3년에 한번 한달의 유급휴가를 주었는데 이 때 세익스피어 작품 중 5편을 읽고 독후감을 제출토록 한데서 유래했다. 지금도 영국 왕실에는 이 휴가가 존재한다. 이재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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