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SK이노베이션이 단 3주만에 단체협약을 완전 타결한 것은 그 자체로 혁신적인 것이었다. 울산은 노사분규의 핵이라고 할만큼 고질적인 병을 앓아온 곳이다. 노사분규 때문에 기업들이 울산을 거들떠 보지 않았던 경우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 지금도 울산은 분규가 계속되고 있고 수십억원 짜리의 소송이 노사간에 걸려 있다.

이 와중에 SK이노베이션이 ‘단협 프레임 혁신’이라는 새로운 접근 방식을 이용해 불과 3주만에 단체협약을 타결한 것은 울산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새로운 구심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확신한다.

그 동안 단협은 소위 ‘밀당’, 다시 말하면 ‘밀고 당기기’로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인력을 낭비했다. 이같은 전근대적인 밀당은 울산지역 사업장에 아직도 횡행하고 있다. 밀당이 밀당으로 끝나면 다행이지만 분규로 이어지면 파멸로 치달을 수도 있다. 우리는 울산지역 대기업의 밀당과 분규, 그리고 엄청난 피해를 눈으로 직접 보아왔다. 그 과정에서 울산지역 대기업들의 협력업체, 소상공인, 가정 등이 파탄지경에 이르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오로지 노와 사의 기싸움이 있을 뿐 사회적 가치나 배려, 구성원 모두의 행복 등은 아예 안중에 없었다.

지난 25일 찬반투표에서 조합원 77.56%가 찬성한 것은 노사 대립이 극심한 울산 한 복판에서 나온 이례적인 사례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지난 2017년부터 노사가 신뢰를 높이고 적극 소통하며 노사문화 혁신을 위해 노력해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김준 총괄사장은 “이 노사문화는 향후 100년, 200년 기업으로 성장·발전하는 핵심역량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평가했고, 이정묵 노조위원장은 “이번 단협은 앞으로도 계속 진화·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명제”라고 말했다.

프레임을 바꾸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울산지역 기업들이 살기 위해서는 그 동안 관행화된 노사 단체협상의 틀을 과감히 탈피하고 새로운 관행을 만들어 내야 한다. 기업의 단체협약 관행이 새로운 틀로 바뀔 때 울산지역 사회도 같이 바뀌고 지역 전체의 발전도 함께 이뤄진다.

울산은 현대자동차가 파업 수순을 밟고 있고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15·17일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해 파업을 가결한 상태다.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이 동시에 파업을 하면 울산의 경제는 마비될 수밖에 없다.

이제는 단협 프레임을 혁신해야 할 때가 됐다. 이번에 SK이노베이션 노사가 단 3주만에 단체협약을 완전 타결한 것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극명한 사례다. 현대중공업·현대자동차 노사도 단체협약 혁신을 하지 않으면 기업 전체가 망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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