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새 - 임종찬
찬물에 몸 헹구면 무지갯빛 꿈이 돋고
달뜨면 적막으로 둥그런 울음 운다
오늘은 고개를 묻고 사무사(思無邪)에 잠든다.
시원한 물가에서 찬물을 끼얹으며 더위를 잊는 새라니. 명상 중인 수행자의 고요한 모습 같다. 시인의 내면이 단순히 나이테만 많이 감은 오래 된 나무가 아니라는 점을 새삼 알겠다.
‘물새’는 물욕에 찌든 여느 시인들이 도무지 범접하지 못 할 ‘둥그런 울음’ 원음(圓音)을 운다.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가 강을 건너며 듣던 ‘옴’ 소리와 다르지 않다.
수면에 저를 비추며 삿됨을 생각하지 않는, ‘사무사’(思無邪)와 같은 물새의 곤한 잠. 깊은 곳에서 번져오는 그 원음을 듣는 독자가 얼마나 많을까. 김정수 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