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새 - 임종찬

찬물에 몸 헹구면 무지갯빛 꿈이 돋고
달뜨면 적막으로 둥그런 울음 운다
오늘은 고개를 묻고 사무사(思無邪)에 잠든다.

 

▲ 김정수 시조시인

시원한 물가에서 찬물을 끼얹으며 더위를 잊는 새라니. 명상 중인 수행자의 고요한 모습 같다. 시인의 내면이 단순히 나이테만 많이 감은 오래 된 나무가 아니라는 점을 새삼 알겠다.

‘물새’는 물욕에 찌든 여느 시인들이 도무지 범접하지 못 할 ‘둥그런 울음’ 원음(圓音)을 운다.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가 강을 건너며 듣던 ‘옴’ 소리와 다르지 않다.

수면에 저를 비추며 삿됨을 생각하지 않는, ‘사무사’(思無邪)와 같은 물새의 곤한 잠. 깊은 곳에서 번져오는 그 원음을 듣는 독자가 얼마나 많을까. 김정수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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