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맹소영 날씨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

뜨겁고 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이 한반도를 뒤덮으며 한여름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요즘이다. 북태평양 가장자리에서 대기 불안정이 일어나는 서울·경기와 강원도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 지방에 폭염특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북태평양 가장자리를 따라 따뜻하고 습한 남서풍이 계속해서 유입되면서 대기 중에 습도까지 올라 불쾌지수가 ‘매우 높음’ 수준까지 올랐다.

이렇게 폭염의 열기는 더해지는데, 더위가 심해질수록 얼음이 어는 곳이 있다. 바로 얼음골이 그렇다. 얼음골은 다른 말로 ‘풍혈’ 혹은 ‘빙혈’로 불리는 산 속 바위 틈새 지역으로, 여름에는 찬 공기가 나오고, 겨울에는 따뜻한 공기가 바깥으로 배출되는 특이한 기후환경을 가졌다.

우리나라에는 약 54개의 얼음골이 있는데, 그 중 가장 유명한 곳은 천연기념물 224호로 지정된 경남 밀양의 얼음골이다. 35℃ 안팎의 무더위가 이어지는 한여름에도 얼음골은 영하 3~4℃의 기온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얼음골의 생성 원리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학자들마다 의견이 다르지만, 전국에 얼음골들이 존재하는 지형에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모든 얼음골들은 돌무더기로 뒤덮인 너덜(*너덜 : 너덜겅의 준말로 많은 돌들이 깔려 있는 산비탈을 가리키는 순우리말)지대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 너덜을 이루는 돌의 크기가 20~30㎝ 정도로 되고, 이 너덜로 된 돌밭이 500m정도로 40도의 경사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얼음골이 위치한 곳은 북쪽을 향해 있는 산기슭 경사진 곳인데, 일조량이 적고 경사진 계곡 비탈에 있어 찬공기가 쌓이기 쉽다. 또 그 안에서 물리적 대기운동으로 인해 냉기와 온기가 쉽게 분리될 수 있는 것이다.

아무쪼록 더위를 피해 여기저기 시원한 곳을 찾으시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얼음골의 얼음은 날씨가 무더워지는 중복과 말복 경에 얼음이 더 많이 어는 특색을 갖고 있다고 한다. 더울수록 얼음이 잘 어는 얼음골을 찾아 무더위를 날려보는 것은 어떨까? 맹소영 날씨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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