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미란 울산대학교 법학과 조교수

7월이 다 지날 때까지, 올해는 어쩌면 예년보다 더위가 덜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하는 날씨가 이어졌다. 그러나 어김없이 8월은 오고, 한여름이 시작되었음을 몸소 느낄 수 있는 요즘이다.

그런데 7월이 비교적 선선했던 탓인지, 올해에는 여름나기에 대한 고민 자체를 별로 하지 않았다. 늦은 더위를 느끼고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본격적인 휴가철도 시작되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더위도 싫지만, 몸을 움직이는 건 더 싫어하기 때문에, 나는 그저 선선하고 조용한 곳에서 가만히 제 할 일이나 하면 되겠구나 싶은 마음이 있다.

그러나 문제는 나 같은 사람의 여름나기가 아니지 않겠는가. 즉, 선택적으로 야외활동이나 바깥활동을 줄일 수 있고, 여러 매체를 통해 손쉽게 날씨를 확인해 볼 수도 있으며, 나갈 때는 자외선 차단제를 듬뿍 발라야 하고, 다른 계절보다 잦은 수분섭취가 필요하다는 것쯤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 여름 더위는 그저 피할 수 없는 불편함 정도일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이에게는 정부나 지자체에서 제시하는 폭염 대비요령과 같은 정보를 습득하는 그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고, 야외활동이 생업일 수도 있으며, 특히나 폭염에 본인의 안위를 전하거나 부탁할 상대도 없는 이른바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폭염은 그야말로 재난일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정부나 각 지자체에서 내걸고 있는 폭염 대비요령이나 행동요령이 단지 요령만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대비를 가족이나 이웃, 가까운 공동체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함을 중요하게 제시하고 있고, 나아가 가족이나 동료, 이웃의 건강에 관심을 갖고, 취약계층의 안전 역시도 수시로 확인할 것을 권하고 있는 점은 매우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도 많은 생각을 했고, 또 많은 반성을 하게 한 대목이었다.

한편, 사회역학자인 김승섭 교수님의 <아픔이 길이 되려면>이라는 책에서도 이에 대한 내용을 간단히 다루고 있는데, 여기에서도 사회적 취약계층 중에서 사회적 고립상태인 사람이 더욱 폭염에 취약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고, 나아가 폭염 상황에서도 그러한 이들은 왜 사회적 고립상태를 벗어나 시원한 거리나 사회가 지원하는 시원한 시설을 활용하지 못하는가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해야 한다는 점을 정확히 지적하고 있다.

생각건대, 폭염대책에 있어서도 보다 다양한 사람들의 상황과 입장을 충분히 고려한 정보 제공이나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이라 여겨진다. 몇 해 전부터 등장한 도심의 그늘막은 그러한 의미에서 참 반가운 것이었다. 뜨거운 볕을 쬐면서도 그곳에 서 있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상황을 잘 이해한 대책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비슷한 예로 최근에는 지역 내 시설을 활용한 무더위쉼터도 점차 그 숫자가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대부분의 무더위쉼터가 특정 시설에 한정되어 있다는 점은 아쉽고, 그러한 쉼터가 여러 의미에서 많은 이들이 편히 찾을 수 있는 곳인지에 대한 고민도 더해지기를 바란다.

급격한 기후변화에 따라 폭염이나 한파에 대한 대책 마련은 더 이상 사소한 일이 아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가지는 따뜻한 관심과 애정이 우리 사회를 더욱 시원하게 하는 대책을 만들어 낼 것이라 생각한다. 배미란 울산대학교 법학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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