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서…경제보복 후 첫 만남
화이트리스트 배제 결정 전날
강경화, 고노에 중단촉구 예정
日 태도변화 회의적 시각 속
한미일 3자회동·美 역할 주목

▲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연쇄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3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일 양국의 외교장관이 일본의 대(對) 한국 수출 통제 강화 조치 이후 악화 일로를 걸어온 한일관계가 갈등의 전면 확대냐, 완화냐의 중대한 갈림길에서 만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은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 참석을 계기로 8월1일 외교장관회담을 개최한다고 외교부가 31일 밝혔다.

공교롭게도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대상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처리할 것으로 알려진 2일 직전에 회담이 열린다. 일본이 끝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면 한국을 향해 사실상 경제 전면전을 선포하는 것으로, 양국 갈등 상황이 장기화·고착화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이번 회담이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한 사실상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그간 일본이 고위급 소통에 아예 응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여왔던 것을 고려하면 한일 외교장관회담이 성사된 것만으로도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본의 태도에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느냐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강 장관은 회담에서 수출규제 조치를 즉각 철회하고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대상에서 제외하는 작업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일본이 순순히 응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오히려 고노 외무상은 관련 조치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한편 한국이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관련해 국제법 위반상황을 시정해야 한다는 그간의 주장을 거듭할 가능성이 높다.

갈등 완화의 계기가 되기보다는 자칫 양측의 입장을 재확인하며 충돌하는 자리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더욱이 한국은 ARF 등 아세안 관련 다자회의에서 일본 조치의 부당성을 강조하겠다고 이미 공언한 상태인데, 국제사회에 서로의 입장을 설파하기에 앞서 상대의 기선을 제압하기 위한 기싸움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일본 정부의 반응에서도 당장은 변화의 조짐을 감지하기는 힘들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도 정례 기자회견에서 “한일관계는 현재 한국 측으로부터 부정적인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어서 상당히 엄중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일 외교장관회담을 계기로 기류가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특히 미국이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에 분쟁을 중지하는 협정에 합의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촉구했다고 로이터통신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일 갈등 상황에 대해 관여’ 의지를 밝혔던 미국이 이제 구체적인 행동에 착수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국 내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폐기 움직임이 있는 등 한일갈등이 한미일 안보협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자 미국이 움직였다는 분석도 있다.

한일 외교장관회담에 이어 1일이나 2일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까지 포함한 한미일 3국 외교장관 회동도 열릴 전망이어서 이 자리에서 한일 갈등 완화를 위한 미국의 본격적인 노력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방콕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강경화 외교장관을 만나고 고노 외무상을 만날 것”이라며 “그리고 나서 두 사람을 함께 만나서 그들이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도록 장려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한국 내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일본 정부가 추가 보복 조치 강행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고려 요인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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