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해상 울산상공회의소 부회장 민주평통 울산남구협의회 회장

지난 7월23일부터 27일까지 통일문화연구원의 일원으로서 카자흐스탄을 다녀오면서 고려인 최초 정착지인 우슈베토에서 한국-카자흐스탄 우호기념공원 조성 및 고려인 최초 정착지 추모비 제막식에 참석했다. 기념공원이 조성되는 알마티주 바슈토베 언덕은 카자흐스탄 동남부 우슈토베역에서 약 2㎞ 떨어진 곳으로, 옛 소련시절 스탈린의 강제이주 정책으로 1937년 10월 극동 연해주를 떠나온 고려인들은 6500㎞를 열차로 달려 우슈토베역에 도착해 새 삶을 시작한 곳이다. 허허벌판에 기념비 하나만 달랑 서 있는 바슈토베 언덕은 황량하기 그지없었다. 토굴 유적 2개와 수백개의 묘지가 한때 카자흐스탄 한인의 정착지였다는 흔적이었다. 강제이주과정과 정착과정에서 많은 동포들이 숨지고 묻힌 바슈토베 언덕은 고려인의 한이 서린 곳이자 정신적 고향과도 같은 장소라고 이곳 동포들이 말했다.

7월26일 열린 행사에서 한국-카자흐스탄 우호기념공원 1차사업 완료 기념행사와 고려인 최초 정착지 추모비 제막식이 열렸다. 추모비에는 ‘동포를 하늘같이 섬기라’는 뜻의 동족여천(同族如天)이란 문구가 새겨져 있다. 공원조성사업의 공동대회장인 라종억 통일문화연구원 이사장과 함께 김흥수 주알마티 대한민국 총영사, 김부섭 남양주 현대병원장, 김로만 우헤노비치 하원의원, 박일리아 알마티 노인회장, 바탈로바 아만듸카 가바소비차 알마티주 부지사 등이 참석했다. 카자흐스탄 주민, 고려인, 통일문화연구원 및 현대병원 의료봉사단 200여명도 함께했다. 이날 만난 고려인뿐 아니라 카자흐스탄 현지인들은 한국이 고려인 초기 정착에 도움을 준 사실을 잊지 않고 우호기념공원 조성에 앞장서준 사실에 고마워했다. 80년전 연해주에서 강제이주를 당해 카자흐스탄에 정착한 고려인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지난해부터 쌓아온 통일문화연구원의 신뢰와 노력이 결실을 이룬 것이다.

이번 방문에서는 또 카자흐스탄지역 중앙아시아 통일과 나눔 아카데미가 진행 중인 한글 및 전통문화 교육현장을 직접 체험하고 격려했다. 통일문화연구원은 중앙아시아에 통일과 나눔 아카데미를 설립해 고려인의 후손들에게 한글 및 전통문화 교육을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통일문화연구원은 현지 고려인협회, 고려일보와 상호협력 협약서를 교환하고 중앙아시아 거주 고려인 및 홍범도 장군 등 애국지사 관련 역사발굴 등의 공동과제를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카자흐스탄에서 해마다 의료봉사와 교육활동을 해오고 있는 현대병원은 올해 전문의 9명을 포함해 자원봉사, 의대생, 통역까지 약 80여명이 의료봉사에 참가해 1200여명의 현지인을 진료했다. 향후 10년간 이 지역의 다양한 환자들의 수술과 치료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기로 약속하고, 현지 의료진을 국내로 초청해 임상 의료교육을 진행함으로써 한국의 선진적인 의료기술을 중앙아시아에 전파해 나갈 예정이다.

한국과 카자흐스탄은 1992년 수교이후 2009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다. 한국과 카자흐스탄이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한지 10주년이 되는 해에 이런 행사를 가질 수 있어 양국 관계의 진일보에 큰 도움이 된 행사였다. 지난 4월22일 카자흐스탄을 국빈방문한 문재인 대통령도 카심 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과 가진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은 10주년에 방문한 첫 국빈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깊다고 했으며, 두 정상은 한반도와 중앙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협력할 것을 약속했다.

카자흐스탄은 지난 1900년대 옛 소련이 붕괴되면서 독립된 후 자국 영토내 보유하고 있던 핵무기를 자발적으로 포기한 비핵화 경험을 갖고 있다. 그래서 카자흐스탄의 비핵화 및 대량살상무기 비확산분야 경험은 한반도 평화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27년이라는 짧은 수교기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와 여러 분야에서 긴밀한 협력을 해온 배경에는 강제이주해 온 고려인의 성실함과 카자흐스탄 진출 우리 기업들의 숨은 노력 덕분이다. 역사적인 판문점 남북미 정상회동 이후 한일갈등으로 관심과 기대가 다소 사그라진 상태지만, 통일을 향한 발걸음은 막을 수 없다.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고려인, 조선족, 탈북민 등 우리 민족을 하나로 묶은 ‘한민족 울타리’를 만들어 통일기반 조성의 원동력으로 만든다면 통일을 성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최해상 울산상공회의소 부회장 민주평통 울산남구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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