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제재는 발전가능성으로 귀결
한국이 계속된 번영과 안정 누리려면
죽기살기로 인식의 경계 넘는 각오를

▲ 김광수 서강대 로스쿨 교수

올해는 장맛비의 영향으로 더위가 심하지 않다고 하지만 늦더위와 열대야는 밤잠을 설치게 한다. 팔월이 되었다고 매미는 울어댄다. 올여름이 유난히 덥게 느껴지는 이유는 각자의 고단한 삶 위에 일본의 경제제재가 덧씌워졌기 때문일 것이다. 몇 해 전에 일본 오사카 성 근처의 도쿠가와가 정원에 갔을 때 나뭇가지마다 시커멓게 매달려서 울어대던 그 일본매미는 먼데서 손이 왔다고 반기는 줄 알았는데, 이제와 생각하니 ‘지금이 한가히 놀러 다닐 때인가’ 힐난하고 조롱하는 울음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비상한 시기를 맞이하여 개인은 개인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그리고 특히 정부는 나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듯하다. 필자는 여기에 몇 자를 적어 일본발 ‘기해경란’(기해년의 경제대란)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제시하고자 한다.

임진왜란을 당했던 선조들은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고 해와 달이 지구 주위를 돈다고 생각했다. 한일병탄을 당했던 조상들은 육안으로 보이는 별들이 우주의 전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현재의 과학은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며, 지구가 속해 있는 은하계 또한 수 천 억 개의 은하단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고 알려주고 있다. 우리 우주가 그만큼 넓고 광대하다고 이제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아직까지 스스로 자연에 대해 먼저 알지 못하고 남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만족하고 있는가? 우주가 유한한지 무한한지 일상생활과는 별로 관계가 없는 듯하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볼 때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먼저 안 서양인들이 결국 지배자가 되었다. 침략과 정복의 세계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사물을 바로 알기 위해서는 첫째로, 도구가 중요하다. 갈릴레이는 망원경을 만들어서 천체를 살피고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회전운동을 한다고 밝혔다. 만유인력을 발견한 뉴턴이 반사망원경을 개발하여 관측을 더 정확하게 한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둘째로, 관측한 사실을 정확하게 기록하여야 한다. 케플러의 행성운동 해석은 티코 브라헤의 관측 기록에 도움을 받았다. 리비트는 변광성의 주기를 측정하고 기록하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허블이 우주의 경계를 은하계에서 안드로메다로 확장하였다. 셋째로, 자연현상을 수리적으로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자연은 수학의 언어로 쓰여진 책’이라는 말이 있다. 아인슈타인은 E=mc2이라는 공식을 통하여 물질과 에너지 간의 관계를 정리하였다. 슈뢰딩거는 미시세계의 운동법칙을 방정식으로 정리하여 양자역학의 기초를 놓았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생각과 창의적 연구에 대한 지원이다. 창의나 발명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 것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므로 처음에는 거부되고 비난받는다. 새로운 세상에 대한 열려있는 태도가 결국에는 인식의 경계를 확장하고 보다 발전된 사회로 도약하는 기초를 놓는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스티븐 와인버그는 “물리학에서는 이론을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이론을 충분히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잘못이 종종 일어난다”고 말했다는데, 이는 물리학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주는 지적이다. 그간의 우리나라 경제발전은 분명 대단하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는 선대의 노력과 평화적인 국제질서에 기초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내외적 환경이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유리하게 전개된 측면이 크다. 계속적인 안정과 번영을 누리려면 이제는 그에 상응하는 스스로의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위에서 제시한 ‘인식의 경계를 넘는 네 가지의 요소’가 충분히 진지하게 받아들여져야 한다. 따라가기 식의 경제구조는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 일본의 경제제재는 궁극적으로 대한민국의 계속적 존재 및 발전가능성에 대한 질문으로 귀착된다. 임란 때 이순신 장군이 남기신 ‘사즉생’의 교훈이 오늘 다시 우리에게 화두로 던져졌다. 김광수 서강대 로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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