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견우(牽牛)와 직녀(織女)가 만난다는 칠월칠석이다. 칠석날에는 멀쩡하던 하늘에 비가 내린다. 이름하여 ‘칠석비(七夕雨)’. 눈물을 비처럼 뿌린다하여 ‘쇄루우(灑淚雨)’라고도 한다. 이날의 비는 해후의 눈물이고, 이튿날 내리는 비는 작별의 눈물이다. 때마침 제8호 태풍 프란시스코가 북상하면서 3일 동안 비가 내린다고 한다.

견우와 직녀의 드라마는 오작교(烏鵲橋)에서 이뤄진다. 오작교는 까마귀들이 은하수에 모여 서로 몸을 이어 만든다는 다리다. 예로부터 오합지졸(烏合之卒)이란 말이 있는데, 까마귀가 모인 것 같은 질서없는 무리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런 오합지졸들이 해마다 다리를 만들고 견우와 직녀의 상봉을 이뤄낸다. 이 날이 지나면 까마귀와 까치의 머리가 벗겨진다고 한다. 견우와 직녀의 발에 밟혀 벗겨진 것이라고 한다.

태화동 명정천 입구에는 작은 산이 하나 있는데 이름하여 오산(鰲山)이다. 오산에서 태화강을 건너 남산 쪽으로 연결 중인 다리가 하나 있는데, 이 다리의 이름이 오산대교(鰲山大橋)다.

태화강 건너편 울창한 대숲에는 수만 마리의 까마귀가 겨울마다 둥지를 튼다. 지난 2000년 무렵부터 날아든 까마귀떼는 태화강 대숲에만 3만~5만 마리이고 인근 경주와 양산까지 합하면 10만 마리나 된다.

▲ 오산대교와 태화강 국가정원.

칠월칠석날 태화강을 가로질러 또 하나의 다리를 놓는다면 오작교가 어떨까.

견우성은 염소자리의 β별인 다비흐(Dabih) 또는 독수리자리의 알타이르(Altair)를 가리키며, 직녀성은 거문고자리의 α별인 베가(Vega)를 말한다. 견우성은 은하수 동쪽 하늘에서, 직녀성은 서쪽하늘에서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직녀성은 지름이 태양의 3배, 밝기는 태양의 37배다. 하늘에서 네번째로 밝은 별이다.

태화강 국가정원 한 가운데서 두 별이 합치는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짜릿하다. 견우는 소를 키우고 직녀는 베를 짰던 시절, 울산 시민들은 모두 견우였고 직녀였다. 태화강 국가정원 한 복판에서 할머니의 무르팍을 베고 견우와 직녀의 전설을 듣는 시대가 빨리 오면 좋겠다.

칠석날에는 여러 가지 풍속이 행해졌다. <동국세시기>에 의하면 그 중에서도 서당에서는 학동들에게 견우직녀를 시제(詩題)로 시를 짓게 했던 풍습도 있었다. 태화강 오작교에서 백일장을 열면 참석자들이 많을까. 칠석날을 앞두고 그냥 한번 떠올려봤던 생각이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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