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경제전쟁 중소기업에까지 피해
외교로 충돌 막을 기회 있었지만 무산
지금이라도 양국 정상간 대화 나서야

▲ 김주홍 울산대학교 교수

일본 아베 정부가 7월1일의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고순도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용액 등 용어도 생소한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에 이어, 8월2일 각의에서 한국을 소위 ‘화이트 리스트’(수출심사우대국 명단)에서 배제함으로써 한·일 경제전쟁에 불이 붙었다. 이번 사태는 ‘징용공의 개인청구권’ 배상과 관련하여 한·일 양국 간에 이견이 해소되지 못하였던 것이 그 원인이 된 것이다.

일단 한·일 경제전쟁이니 한국 국민으로서 무조건 한국 정부를 편들고, 그 방침을 지지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문득 드는 생각이다. ‘이런다고 문제가 해결될까?’

물론 일본은 한국이 국제법인 한·일 기본조약과 그 속의 한·일 청구권협정에서 모두 정리된 것을 “또” 문제 삼아 사과와 배상을 요구한다고 주장하고, 여러 단계를 거쳐 결국 한·일 청구권협정에 규정된 대로 ‘중재위원회’를 구성하여 문제를 해결하자고 주장하게 되었다. 이에 반하여 문재인 정부에서는 한국 대법원에서 내린 최종심판결을 정부가 간섭할 수 없으며, 이는 민주국가의 기본원리인 삼권분립 원칙에 기초한 것이니, 일본이 그 결과를 받아들이라고 주장했다.

세계무역기구(WTO)에의 제소, 핵심소재의 수입선 다변화 및 국산화, 애로기업 지원 등 중장기적 정책은 교과서적 정답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단기적으로 이번 한·일 경제전쟁으로 인한 피해가 한국에게, 그것도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에게까지 극대화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상당수의 품목들이 단기간에 일본산을 대체하기가 불가능하며, 8월27일부터 적용되는 화이트 리스트 배제로 산업 전반에 걸쳐 일본의 간섭을 피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번 충돌은 어떤 식으로든 우선 피했어야 한다. 최근 공로명 전 외무장관이 중앙일보와 가진 인터뷰에 따르면, 징용공 관련 최종판결이 나온 이후 작년 11월 이낙연 총리가 20~30명을 모아 의견을 들었는데, 결국 ‘우리가 금전적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의견들이었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노무현 대통령 당시 취했던 조치와 같았다. 이번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여기서 ‘한국에 있는 일본기업 재산으로 하게 할 경우 엄청난 문제가 생기니, 한국정부, 국교정상화로 혜택을 본 한국기업, 그리고 내겠다면 일본기업도 권유해 3자가 기금을 만들자’고 의견이 모아졌고, 이를 이 총리가 청와대에 전달했는데, 이것이 거부되었는 것이다. 결국 대통령이 헌법상 외교권을 활용하여 일본과의 충돌을 막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된다.

그리고 우리 국민들은 ‘열두척의 배’, ‘죽창가’, ‘항일의병’, ‘제2 독립운동’, ‘임시정부’ 등 알 수 없는 주문(呪文)을 대통령으로부터 여당 원내대표에 이르기까지 여권 지도부로터 들어야 했다. 이것이 ‘민주연구원’에서 나온 ‘한·일 갈등에 관한 여론동향’이라는 문건의 내용과는 상관없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건 시대착오적이다. 현재 한·일 경제전쟁은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인 일본과 세계 11~12위 경제대국 한국 사이에 벌어진 국가간 분쟁이다. 그리고 그 전개과정을 보면 외교로 풀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있었지만, ‘왠지 모를 이유로 인하여’ 경제‘전쟁’에 이르게 된 것이다.

지금이라도 문재인 대통령은 아베 일본 총리를 만나야 한다. 그러기 위하여 물밑접촉 또는 비밀접촉을 시도해야 한다. 야당과 국민들은 그 고충을 충분히 헤아려 줄 것이다. 그리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 8월27일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고, 그 이후도 기회는 있다. 경제전쟁도 전쟁인 만큼 그 후과가 엄청난 비극을 동반하게 된다. 기약도 성과도 없는 ‘평화경제’ 운운하면서 국민들을 이러한 어려움으로 몰아넣는 것은 정치가 아니다.

김주홍 울산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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