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현 남목중학교 교사

지난 7월30일 화요일. 울산광역시교육청 외솔회의실에서는 태풍 다나스의 영향으로 인해 연기됐던 울산학생대토론축제(중등부)가 성황리에 개최됐다. 나는 15명의 퍼실리테이터 교사 중 한 명으로 7명의 중학생과 함께 토론에 참여했다. 오전 9시께 축제의 막이 올랐다. 본격적인 토론이 시작되기 전, 마음 열기를 통해 함께 노래를 부르고 레크리에이션을 하며 굳은 표정을 지워나가던 우리는 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람들처럼 편안하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흔히 토론이라고 하면 찬성과 반대를 나누어 서로 대립하는 형태의 디베이트(Debate) 방식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이번 대토론축제는 각자 자신의 의견을 말한 후 여러 의견들 중에서 실현가능성이 높거나 공감이 많이 가는 의견을 뽑아보는 토의(Discussion) 형식으로 진행됐다. 주 진행자가 세 가지의 큰 주제 및 주제별 활동을 안내하고 제한시간을 알려주면 각 조의 진행을 맡은 퍼실리테이터 교사들이 학생들의 이야기를 정리하는 역할을 했다. 사전 연수 때 퍼실리테이터는 학생들이 부담감을 가지지 않고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들었다. 앉은 순서대로 돌아가면서 이야기를 하게 하면 안 되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반박해도 안 된다고 했다. 이게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가운데 평소에는 잘 하지 않는 “아~”, “그렇구나~”를 열심히 시전하며 학생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오전동안 진행된 첫 번째 토론 주제는 통일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 오후에 진행된 두 번째 주제는 즐거운 학교를 만들기 위한 울산 교육 정책, 세 번째 주제는 학생 자치 활성화 방안이었다. 활동의 승패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 덕분이었을까. 첫 번째 주제에서부터 학생들의 다양하고 참신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학생들의 사전 준비 정도나 배경 지식에 따라 의견의 구체성과 정교성은 큰 차이를 보였으나 모두가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가장 귀를 기울이게 된 건 세 번째 주제였다. 조원들이 손가락으로 매긴 각 학교의 학생 자치 점수가 대부분 무척 낮았던 데다 어느 학교든 일반 학생-학생자치회, 학생-교사 간 불통이 자치를 어렵게 한다는 공통적인 의견이 나왔기 때문이다. 마무리 단계에서 갤러리 워크를 통해 들은 다른 조의 학생 자치 활동 이야기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학생들은 자신들에게 더 많은 자율권이 주어지기를 간절하게 바랐고, 학생자치회 친구들과 여러 선생님들이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합리적으로 받아들여주기를 원했다. 학생들은 토론을 통해 학교라는 사회의 시민으로서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는 법을 체득하고 있었다.

대토론축제라는 장이 아니라면 학생들은 어디에서 이 같은 이야기를 공유하며 문제점에 대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까. ‘축제’라는 말로 참여의 문턱을 낮춘 본래의 취지를 살려 앞으로도 이 대토론 축제가 학생들에 의한, 학생들을 위한 의미 있는 주제들로 알차게 구성되기를 기대해본다.

이정현 남목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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