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중구 원도심과 남구 신도시를 잇는 보행전용 다리인 울산교를 ‘배달의 다리’로 조성한다고 밝혔다. 다리 위에서 ‘배달 음식’을 시켜 먹을 수 있는 노천카페를 비롯해 티켓 부스, 버스킹존, 포토존, 이벤트존(야외 전시회, 만남의 광장)을 조성해 빠르면 오는 9월 개장할 방침이다.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과 더불어 태화강의 아름다움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어 지역주민들의 여가활동은 물론이고 관광객 유치에도 한몫을 할 것이란 기대다.

울산교는 길이 356m, 너비 8.7m로 규모가 크지 않은 태화강 횡단 다리다. 1935년 개통된, 100년이 채 되지 않은 다리이지만 안전성 진단에서 낮은 등급을 받아 지난 1994년 11월부터 차량 통행이 금지됐다. 이후 보행자 전용다리로 이용하면서 한 때 지붕을 만들어 전시장과 노천카페로 활용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기도 했으나 안전문제 등에 대한 우려로 활용범위를 넓히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배달의 다리’ 조성은 기발하고도 발랄한 발상이다. 태화강 전망을 가장 폭넓게 조망할 수 있는 수변공간의 장점을 십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국민은 유독 배달 음식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그 때문에 여름철 야간에 울산교 인근지역 주민들의 이용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개성 있는 음악과 전시 등으로 독특한 문화적 분위기를 만든다면 관광상품으로서도 인기몰이 가능성이 엿보인다.

하지만 많은 문제점도 예상된다. 우선 다리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인 통행 불편이 문제다. 이용자가 많은 다리는 아니지만 자전거가 수시로 오가는만큼 안전사고에 대한 각별한 대책이 필요하다. 배달 음식에 반드시 동반되는 오토바이의 무질서도 걱정이다. 음식쓰레기에 의한 악취는 물론이고 일회용기 사용 증가 등에 따른 환경문제, 음주에 의한 돌발사고 등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보다 더 큰 우려는 많은 예산을 들여놓고 반짝 인기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초기에 크게 성황을 이뤘던 중구 큰애기야시장도 금세 시들해지지 않았던가. 지속적으로 호기심을 유발하거나 깊은 만족감을 주는 문화적 활동이 병행돼야 하지만 여건이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다. 어디에서나 접할 수 있는 연주와 전시로 문화를 입혔다고 안일하게 생각해서는 울산시민은 물론 관광객을 만족시키기는 어렵다. 울산교에서만 맛볼 수 있는 배달 음식의 개발이나 울산교에서만 즐길 수 있는 독특한 문화의 발굴이 ‘배달의 다리’의 성공의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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