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행사에 걸맞은 예산확보 방안과
기존 영화제들을 아우를 관계설정 등
치열한 토론과 공론의 장 펼쳐지길

▲ 홍영진 문화부장

울산에도 알게 모르게 ‘영화제’가 적지 않았다. 경쟁을 통해 큰 상을 주거나 깜짝 놀랄만한 셀럽이 찾아온 건 아니지만 공개된 장소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함께보기’ 수준의 영화제는 꽤 있어왔다.

10년도 더 오래전, 울산문화예술회관 야외공연장에서는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매주 한 번씩 영화를 보여줬다. 개관 초기 울산문예회관이 시민의 접근성을 유도하기위해 기획한 사업으로, 야외 공간의 활용도를 높이면서 퇴근길 직장인들에게 힐링의 시간을 안겨주자는 취지였다. 울산문예회관의 영화제는 없어졌지만, 북구문화예술회관이 몇년 전부터 객석 대신 돗자리를 깔고 공연이나 영화를 보는 행사를 시작했다. 올해부터는 아예 ‘한여름밤의 돗자리 야외극장’이라는 타이틀을 새로 내걸었다.

몇년 전에는 ‘여성’을 주제로 한 영화제도 있었다. 지금의 ‘양성평등주간’이 ‘여성주간’이었을 때 몇몇 진보 성향의 지역시민단체들이 ‘울산양성평등영화제’ ‘울산여성영화제’와 같은 특화된 주제로 영화제를 추진했다. 한때는 북구 명촌동 일원의 마을축제 일환으로 동 단위 여성회가 명촌야외영화제를 선보이기도 했다.

2011년 시작된 반구대 산골영화제는 사연댐으로 마을 대부분이 수몰된 한실마을에서 첫 행사를 열었다. 주민 몇몇이 아름드리 은행나무가 샛노랗게 물든 가을날 저녁에 시민들을 초대 해 영화제를 개최한 것이다. 이 영화제는 그 뒤로 몇년 간 한실에서 계속 개최되다 지금은 대곡천변 집청정으로 장소를 옮겼고 예전보다 대폭 늘어난 관람객을 맞으며 이어지고 있다. 올해는 대곡천에서 열리는 영화제가 하나더 늘었다. 암각화박물관이 방학맞은 아이들을 위해 ‘대곡천 가족영화제’를 시작한 것이다.

또있다. 지난달 열린 강변영화제는 울산시 남구쪽 태화강 둔치에서 여름밤 4일 간 매일 영화를 보여주는 행사다. 이번 달 초에는 동구 일산해수욕장에서 ‘울산단편영화제’도 열렸다. 다음달에는 올해 4회째 열리는 울주세계산악영화제가 기다리고 있다. 산악영화제 사무국은 오는 13일 울산과 서울에서 올해 행사를 알리는 기자간담회를 추진한다.

여기에 내년부터는 울산국제영화제(가칭)가 추가된다. 국제영화제는 가장 늦게 출발하는 영화제이나, 도시를 알리는 새로운 문화관광콘텐츠로 키운다는 큰 그림으로 울산시가 최선의 전략을 세우기위한 용역을 진행하는 중이다. 시는 오는 12일 영화제에 대한 시민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시민설명회를 준비하고 있다. 4개월 여 진행된 용역사업 내용을 알려주는 자리이지만, 사실은 설명회 형식의 개방된 창구를 통해 몇몇 전문가집단 이외에 전 시민을 대상으로 폭넓은 발전방안을 수렴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설명회 현장은 울산시가 구상하는 영화제의 미래가 생각 이상으로 녹록지 않을 수 있음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수도 있다. 국제영화제에 걸맞는 예산확보 문제와 먼저 시작된 산악영화제와의 관계설정, 앞서 밝힌 크고작은 울산지역 영화제를 아우를 빅텐트 기능이 과연 실현될 수 있는가는 지금 단계에선 확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만큼 이번 행사가 단순한 설명회로 그치기 보다는 그 이상의 치열한 토론과 공론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어떤 결과를 도출하든, 좀더 어렵고 아픈 과정을 거쳐야 모두가 수긍하는 결과를 안을 수 있다.

홍영진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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