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명숙 울산광역시청소년활동진흥센터장

지난 해 초대박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 ‘스카이캐슬’에는 네 가지 유형의 정신과의사 아빠들과 대학교수 아빠가 등장한다. 각자 캐릭터로 시청률을 이끌었지만 그 중 단연 독보적 존재감은 쌍둥이 아빠 박교수이다. 이들을 분석하는 재미로 매회 본방을 사수했다. 피라미드 꼭대기에서 지금 자신이 누리고 있는 사회적 위치를 물려주기 위해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우정이나 의리가 아니라 경쟁력이라고 확신하는 인물이다. 잘못된 바짓바람으로 오로지 학교 성적과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스펙만을 강조한다. 성공의 기준이 다르고 사회적 책무가 다른데 똑같이 공부만 쫓아간다면 어떻게 될까, 찬찬히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자녀교육 성공의 3가지로 조부모의 재력, 아빠의 무관심, 엄마의 정보력이라는 것이 일반이었다. 자녀교육에 무관심한 아빠가 좋은 아빠였다가 어느 날부터 자녀교육에 무관심한 아빠는 무책임한 아빠라는 새로운 공식이 등장했다. 자신과 가족보다 일과 직장이 꽉 찬 뇌구조로 “아빠는 돈만 가져다 주면 되는 ATM이야”의 정서가 만연했는데 오늘의 아빠들은 인공지능 시대 뭘 어떻게 준비해야 할 지 당황한다.

엄격해진 음주단속으로 미세하게나마 남자들의 모임 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남자들도 모이면 차 마시러 간다. 자녀의 진학과 진로 얘기로 한 판 수다를 떤다는 거다. 물론 생계를 위해 밤낮으로 일터를 지키는 많은 아빠들이 배부른 소리라고 할 수도 있다. 그래도 바짓바람은 불고 있다.

아빠는 인생 최고의 스승이라 했다. 아빠는 아이들 가치관 형성에 큰 영향을 준다. 아이들은 ‘아빠처럼 살거야’와 ‘아빠처럼 살지 않을거야’에서 아빠가 롤모델이든 아니든 결과는 자라면서 아빠를 닮아간다는 거다. 태양 같은 독보적인 롤 모델도 필요하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의 빛을 내는 별빛과 같은 롤 모델도 필요할 건데 아버지란 이름이 제 격이 아닐까 싶다.

아버지란 독보적인 존재와 일상의 아빠로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관심은 가지되 지나친 간섭은 말아야 한다. 아이가 정말 좋아하는 걸 찾았을 때 미친 듯이 몰입할 수 있도록 지지해 주고, 확신을 갖고 자녀를 믿고 기다려 줘야 한다.

생텍쥐페리의 명언처럼 자식에게 배를 만들어 주면 안 되고, 그렇다고 배 만드는 법을 가르칠 필요도 없으며 오로지 바다를 미치도록 그리워하게 하면 되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자식은 바다가 미치도록 그리워졌을 때 배가 있어야 함을 알게 되고, 재료를 준비하고, 설계하고 배를 만들게 된다. 당연히 인공지능을 이용해 배를 만들 것이다. 아빠는 단지 인공지능이 해 줄 수 없는 인성과 창의력을 위해 독서와 토론을 기반으로 때로는 친구로, 때로는 스승 같이 바짓바람으로 품어주면 된다.

인공지능시대 육체적 노동은 기계와 로봇을 이용하고 정신적 노동은 컴퓨터와 정보화기기를 이용하면 되는데, 사용하지도 않고 없어질 기능을 위해 여전히 아이들에게 아빠가 아이었을 때의 모습을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 볼 필요가 있다. 지식이 필요가 없다는 것이 아니다. 공부도 철학이라는 사실이다. 공부는 왜 하는가. 왜 해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잘 하는 사람은 없다. 공부가 즐거운 아이는 지식을 지혜롭게 이용하고 건강한 지성인으로 자랄 것이다. 하고 싶어서 즐겁게 할 수 있도록 바짓바람이 사회편견에 막히지 않고 이어지길 바란다.

평범한 일상이 모여 특별한 날이 되는 것처럼 어쩌면 일상의 바짓바람이 특별한 존재로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최명숙 울산광역시청소년활동진흥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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