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경산성 “군사 전용 우려 없다고 판단” 배경 설명
첫 신청 심사기간, 예상보다 3분의 1 수준으로 단축
WTO 규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점 강조 의도 분석

 

일본 정부가 대한(對韓)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를 단행한 지 한 달여 만에 해당 품목의 수출신청 1건을 처음으로 허가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8일 한국에 대한 1차 수출규제 품목으로 지정했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 가운데 반도체 기판에 바르는 감광액인 포토레지스트 수출 1건을 전날 승인했다고 밝혔다.

경산성은 “신청 내용을 심사한 결과, 군사 전용의 우려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승인 배경을 설명했다.

일본 정부가 이들 3개 품목을 포괄허가 대상에서 개별 허가 대상으로 전환한 뒤 수출 신청에서 승인까지는 90일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됐었다.

이를 기준으로 따지면 첫 신청의 심사 기간은 애초 예상했던 것의 3분의 1수준으로 단축된 것이다.

이에 대해 교도통신은 일본의 무역규제가 한국 정부 주장처럼 금수나 무역제한 조치가 아니라는 점을 부각하고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에도 어긋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상은 이날 각의 후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가 “금수(수출을 금지하는 것)가 아니라는 점을 한국 측이 잘 이해해 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잘못된 사례가 나오면 개별 신청 대상 확대를 포함한 추가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 측 움직임에 맞춰 군사 전용이 용이한 제품과 기술 수출을 제한하는 리스트 규제 대상 품목을 기존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에서 확대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서,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의 ‘고삐’를 주도적으로 쥐고 가겠다는 의중을 밝힌 셈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4일 군사전용 우려가 크다며 1차 리스트 규제 품목으로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 레지스트 등 3개 품목을 1차로 리스트 규제를 받는 개별허가 대상으로 돌렸다.

산케이신문은 “일본 정부는 앞으로 심사를 통과한 거래에는 수출 허가를 내주는 한편 한국에 관한 수출관리를 둘러싸고 새롭게 부적절한 사안이 판명되는 경우 개별허가 신청의 대상 품목을 확대해 간다는 방침”이라고 전했다.

일본 정부가 확대를 검토하는 리스트 규제의 대상 품목은 국제 합의에 근거해 법령으로 정해져 있어 해당 품목을 수출하는 경우에는 사전에 경제산업성의 허가가 필요하다.

리스트 규제 품목은 생화학 무기의 원료, 첨단재료나 센서, 레이더, 통신기기 등 약 240개 항목으로, 일본이 1차로 수출규제를 단행한 3개 품목도 여기에 포함된다.

산케이는 “미국 등도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어 일본 정부는 미국과 유럽을 비롯해 주요 관련국과도 협조하면서 안보의 관점에서 리스트 규제의 품목 확대 검토를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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