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절감을 위해 도입한 수직적 통합
시장·기술변화에 더딘 단점 보완위해
거래처 다변화·기술적 우위 선점해야

▲ 남호수 동서대 메카트로닉스 융합공학부 교수

벌써 한 달이 훌쩍 지났다. 온 나라가 들썩였다. 우려와 분노와 한탄, 그리고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혼란스러운 의견과 주장들.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번 한일 무역전쟁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볼 필요가 있으나, 부품 소재 산업 관점에서 제한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대부분 산업에서 한 국가 또는 한 기업에서 모든 것을 수직적으로 통합하여 자체적으로 생산, 조달하는 즉, 수직적 통합의 수준을 100%로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수직적 통합의 수준을 확대하는 것이 반드시 옳거나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도 아니다. 수직적 통합과 수평적 통합은 당연히 시장지배력 확대 및 경쟁력 강화의 측면에서 전략적으로 이루어지게 마련이다.

기업은 수직적 통합의 수준을 향상함으로써 원가를 낮추고 품질향상을 도모하여 시장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으며, 아웃소싱기업 즉, 부품업체 및 유통업체 등을 통제하기가 쉬워 외부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면, 수직적 통합의 수준을 확대할 때, 해당 영역에서 기술 및 시장의 환경변화에 대응이 느릴 수 있고 내적 분업체계의 유연성이 떨어질 수 있는 약점이 있다.

단점 또는 문제점을 3가지 관점에서 요약해보면, 첫째로 비용구조의 문제이다. 어떤 부품의 가격이 크게 떨어져도 수직 계열사의 부품을 계속 사용해야 하며, 내적 수요가 작아서 규모의 경제가 충족되지 않을 때는 오히려 원가가 높아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둘째로는 시장수요와 기술의 변화에 대한 유연성의 문제이다. 수직통합의 틀에 갇히다 보면 새로운 기술과 시장의 변화에 둔감해지고 결국은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게 될 수도 있다.

셋째로, 수직적 통합은 기본적으로 연결성은 있지만 다른 업종을 묶은 것으로 기술 분야의 전문성뿐만 아니라 관리의 효율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수많은 이질적 구성품, 부품을 통합생산 및 관리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수직통합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살려 나가는 방법으로 다음과 같은 전략을 고려해 볼 수 있겠다.

첫째, 핵심부품과 요소기술 분야는 수직계열화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는 기업의 핵심역량에 해당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도 가격과 품질의 요소는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자체 개발, 조달하는 부품에 가격 경쟁력이 없으면 천하의 핵심부품이라도 아웃소싱할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둘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웃소싱이 필요한 경우에는 리스크 분산을 위해서 거래처 다변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 현재처럼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등의 시장에서 일부 주요 부품 소재에 대하여 단일화된 공급업체 구조에서는 소위 갑을관계가 뒤바뀐 격이 되는 것이다.

셋째, 수직계열화한 부품 소재 분야의 고부가가치화이다. 이는 기술적 우위와 시장의 확대를 통한 규모의 경제 달성 및 유연성의 확보를 위한 선결 조건이다.

결국, 핵심가치를 갖는 요소는 보유하는 것이 원칙이나, 가격 및 시장대응과 유연성의 관점에서 보아야 할 것이고, 아웃소싱할 경우에는 리스크 관리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현재 한일간에 벌어지고 있는 무역 전쟁도 이러한 관점에서 접근해 나갈 필요가 있다.

기초과학 특히, 물리, 화학 분야 육성 및 지금 추진되고 있는 연구·개발 지원, 부품 소재 기업 육성 등은 중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문제이다. 물론 단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일은 분명히 따로 있다. 정치 외교는 정말 많은 것을 저비용으로 해결해 줄 수 있다. 온 국민이 생업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산업, 경제, 정치, 외교, 국방, 안보를 공부하게 하면 안 되는 것이다.남호수 동서대 메카트로닉스 융합공학부 교수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